안면도 관광지 35년 표류 동안 옆 동네 땅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안면대교를 건너 77번 국도를 타고 꽃지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 솔숲 사이로 오래된 안내판이 하나 서 있어요. 안면도 관광지. 제가 이 일을 시작하던 무렵에도 그 자리에 있던 표지판입니다. 지난주에도 그 앞을 지나면서 속으로 한마디 했어요. 아직도 그대로네.

9월 8일 박수현 충남지사가 태안에 와서 “연내 결단”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3·4지구가 정부 지역활성화투자펀드 심사에서 보류됐는데 보완해서 다시 넣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연말 안에 새 방안을 내놓겠다는 거예요. 그 뒤로 사무소에 안면읍 땅 얘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번엔 진짜냐고요.

저는 그 질문에 답을 못 드립니다. 대신 35년 동안 이 관광지 옆 동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땅 보러 가시는 분한테는 그쪽이 더 쓸모 있는 얘기일 겁니다.

태안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노을, 할미할아비바위 앞 갯벌에서 조개 캐는 사람들
사진: 한국관광공사

일곱 번 엎어지는 동안 사무소 전화는 세 번 몰렸어요

안면도 관광지는 1991년에 지정됐어요. 승언리, 중장리, 신야리에 걸쳐 294만㎡, 평으로 치면 89만 평쯤 됩니다. 그 뒤로 투자 유치가 일곱 번 무산됐고 지금이 여덟 번째예요.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한 번씩은 “이번엔 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경위는 서울신문 9월 8일 기사에 정리돼 있어요.

제 기억에 안면읍 땅 문의가 유독 몰렸던 때가 있어요. 사무소 전화로 체감한 걸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시기 무슨 일이 있었나 사무소에서 본 풍경
2000년대 초 대기업 투자 얘기가 돌던 때 수도권 분들이 관광지 경계도 모른 채 “안면도 땅”을 통째로 물어보셨어요. 계약까지 간 분은 드물었습니다
2022년 7월 온더웨스트가 충남개발공사 땅을 1,192억 원에 사는 토지매매계약 체결 “이번엔 도장 찍었다”는 뉴스에 승언리·중장리 임야 시세 문의가 확 늘었어요. 실제 거래도 몇 건 봤습니다
2024년 10월 당시 지사가 “임기 내 착공” 발표. 4지구 2025년 상반기, 3지구 2026년 상반기 착공 날짜가 붙으니 “지금 안 사면 늦느냐”는 전화가 왔어요. 그 날짜는 둘 다 지나갔습니다

공통점이 있어요. 뉴스가 나오고 두세 달은 전화가 오다가, 착공 소식이 안 들리면 조용해집니다. 그 사이에 사신 분들은 그때 시세를 그대로 안고 기다리는 거고요. 2022년에 사신 분 중에 올해 저한테 다시 내놓으신 분이 계세요. 4년 동안 재산세만 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지구가 넷인데 옆 땅에 미치는 무게가 다 달라요

안면도 관광지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만 지구 네 개가 위치도 성격도 따로 놉니다. 이걸 모르고 “관광지 옆”이라는 말만 듣고 땅을 보면 엉뚱한 데를 보게 돼요.

지구 어디 규모 지금 상태 옆 땅 입장에서
1지구 승언리 일원 20만㎡ 남짓 테마파크와 아웃렛 계획은 접고 꽃박람회·지방정원 같은 공공 방식으로 재설계. 바로 옆 안면도 지방정원(중장리, 20만8,953㎡)이 올봄 시범운영 시작 이미 굴러가는 쪽. 꽃지와 정원 손님이 실수요
2지구 중장리 765-66 일원 6만9,146㎡ 나라키움 정책연수원 자리. 2025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민간개발자 공모(외국인 투자 30% 조건, 숙박시설 제외) 뒤 복합레저 방향으로 다시 설계 중 규모가 작고 숙박이 빠져 주변 펜션과 안 부딪혀요
3지구 승언리 일원 3·4지구 합쳐 214만㎡ 호텔·콘도 520실, 사업비 6,000억 원. 2026년 상반기 착공 목표였으나 미착공 펀드 결과에 달렸어요
4지구 승언·중장·신야리 (위와 합산) 18홀 골프장과 골프빌리지 340실, 8,000억 원. 2023년 4월 관광숙박업 사업계획 승인. 2025년 상반기 착공 목표였으나 미착공 펀드 결과에 달렸어요

그러니까 뉴스에 나오는 “연내 결단”은 3·4지구 얘기예요. 온더웨스트(조선호텔앤리조트 등 8개사 컨소시엄)가 2022년에 땅 계약을 하고 1조3천억 원 넘는 사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건설경기와 PF 시장이 막히면서 첫 삽을 못 떴습니다. 도가 하나증권, 충남개발공사와 같이 지역활성화투자펀드로 돈을 채우려 했는데 최근 심사에서 보류가 나온 거고요. 2지구 공모 조건은 아시아경제 기사에, 4지구 승인 내용은 충청뉴스 기사에 나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짚을 게 있어요. 관광지 경계 안쪽 땅은 대부분 도 쪽(충남개발공사)이 이미 갖고 있어요. 개인이 살 수 있는 건 경계 바깥이에요. 그 경계가 어디냐는 토지이음에서 지번을 찍으면 관광지 표시로 뜹니다. 관광지 안이라고 소개받은 땅이 있으면 그것부터 확인하세요.

태안 안면도 서해 바다 위로 지는 붉은 해와 바위 실루엣
사진: 한국관광공사

그동안 승언리 땅값을 움직인 건 딴 데 있었습니다

35년을 되짚어 보면 관광지 뉴스는 문의를 만들었지 시세를 만들진 못했어요. 시세를 실제로 움직인 건 따로 있었습니다.

먼저 꽃지해수욕장 자체예요. 관광지가 되든 말든 여름이면 꽃지는 사람으로 찼고 그 손님을 받는 펜션과 민박이 승언리와 중장리를 채웠어요. 태안 민박 930곳 중 안면읍이 387곳이라는 숫자는 예전에 민박 숫자 글에서 다뤘는데, 관광지 없이 만들어진 수요예요.

다음이 2023년 국립공원 구역 조정이에요.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22개소 275만㎡가 빠졌는데 여기에 안면읍 승언·정당·창기·신야리가 들어 있어요. 공원 안에서는 새로 집을 못 올리는데 그게 풀린 필지는 성격이 확 바뀝니다. 관광지 발표 열 번보다 이 조정 한 번이 해당 필지엔 더 컸어요. 어느 필지가 안이고 밖인지는 국립공원 땅 글에 적어뒀습니다.

지방정원도 있어요. 262억 원 들인 안면도 지방정원이 6월에 정식 등록됐는데, 이건 벌써 문을 연 실물이에요. 실물이 생기면 그 앞 진입로변 땅에는 값이 붙어요. 발표만 있는 3·4지구와는 결이 다릅니다.

2022년 계약 뉴스 직후에 신야리 쪽 임야를 사신 분이 계셨어요. 저한테는 팔려고 하실 때 오셨어요. 서류를 보니 필지 절반이 공원구역이었고 진입로는 남의 밭 사이 현황도로였어요. 관광지가 들어서면 값이 오를 거란 계산에 그 두 가지를 건너뛰신 거죠. 관광지가 들어와도 이 땅엔 집을 못 짓는다는 말씀을 드려야 했습니다.

연말에 결단이 나오면 옆 땅은 어떻게 갈릴까요

지사 말대로면 올해 안에 어느 한쪽으로 갈 겁니다. 제가 보는 그림은 이래요. 어느 쪽이 될지는 저도 몰라요. 되더라도 착공까지는 또 시간이 걸린다는 전제로 봐주세요.

경우 무슨 뜻인가 승언·중장·신야리 옆 땅은
펀드 재심사 통과 3·4지구 자금 일부 확보, PF 협상 재개 문의는 늘겠지만 착공은 그다음이에요. 2022년처럼 뉴스 직후 거래는 한 박자 쉬는 게 낫습니다
미선정 뒤 새 방안 규모를 줄이거나 사업자를 바꾸는 식의 구조 조정 골프장과 호텔을 전제로 잡았던 기대는 다시 계산해야 해요
사실상 장기 보류 여덟 번째 무산 지방정원과 꽃지 실수요만 남아요. 펜션이나 세컨하우스 쓰임 위주로 보셔야 합니다

어느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요. 꽃지에 오는 손님하고 문을 연 지방정원이에요. 국립공원 경계도 결단이 어느 쪽으로 나든 그대로고요. 땅을 보실 거면 여기에 기대는 게 맞습니다. 3·4지구는 되면 좋은 덤 정도로 두시는 게 마음이 편해요.

안면읍 땅 보러 가기 전에 챙기실 것

  • 토지이음에서 관광지 표시와 국립공원 경계, 용도지역까지 한 화면에서 보세요. 안면읍 바닷가 쪽은 자연환경보전지역과 보전관리지역이 많아서, 서산 팔봉면 계획관리지역 생각하고 가면 건축 조건이 딴판이에요.
  • 진입로. 임야는 현황도로 하나로 나온 필지가 흔해요. 건축허가에 쓸 수 있는 도로인지 안면읍사무소에서 먼저 물어보세요.
  • 갯바람과 염해. 꽃지 서쪽 면은 바람이 셉니다. 세컨하우스 목적이면 갯바람 글부터 읽어보시고요.
  • 침수 이력. 백사장항 쪽 저지대 얘기는 침수 자리 글에 있어요.
  • 세금. 태안군은 인구감소지역이라 수도권에 집이 있어도 시골집 하나는 1주택으로 봐주는 경우가 있어요. 1주택 특례 글에서 조건을 확인하세요.
  • 기다림의 값. 2022년에 사서 지금까지 들고 계신 분들의 재산세와 이자를 합치면 얼마인지, 그 셈을 먼저 해보고 들어가세요.

저는 안면도 관광지가 됐으면 좋겠어요. 35년째 표지판만 서 있는 걸 보는 게 저도 답답하니까요. 다만 그 기대를 땅값으로 먼저 치르는 건 다른 얘기예요. 궁금한 필지가 있으면 지번만 알려주세요. 관광지 안인지 밖인지, 공원 안인지 밖인지는 몇 분이면 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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