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대교를 건너 77번 국도를 타고 꽃지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 솔숲 사이로 오래된 안내판이 하나 서 있어요. 안면도 관광지. 제가 이 일을 시작하던 무렵에도 그 자리에 있던 표지판입니다. 지난주에도 그 앞을 지나면서 속으로 한마디 했어요. 아직도 그대로네.
9월 8일 박수현 충남지사가 태안에 와서 “연내 결단”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3·4지구가 정부 지역활성화투자펀드 심사에서 보류됐는데 보완해서 다시 넣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연말 안에 새 방안을 내놓겠다는 거예요. 그 뒤로 사무소에 안면읍 땅 얘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번엔 진짜냐고요.
저는 그 질문에 답을 못 드립니다. 대신 35년 동안 이 관광지 옆 동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땅 보러 가시는 분한테는 그쪽이 더 쓸모 있는 얘기일 겁니다.

일곱 번 엎어지는 동안 사무소 전화는 세 번 몰렸어요
안면도 관광지는 1991년에 지정됐어요. 승언리, 중장리, 신야리에 걸쳐 294만㎡, 평으로 치면 89만 평쯤 됩니다. 그 뒤로 투자 유치가 일곱 번 무산됐고 지금이 여덟 번째예요.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한 번씩은 “이번엔 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경위는 서울신문 9월 8일 기사에 정리돼 있어요.
제 기억에 안면읍 땅 문의가 유독 몰렸던 때가 있어요. 사무소 전화로 체감한 걸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 시기 | 무슨 일이 있었나 | 사무소에서 본 풍경 |
|---|---|---|
| 2000년대 초 | 대기업 투자 얘기가 돌던 때 | 수도권 분들이 관광지 경계도 모른 채 “안면도 땅”을 통째로 물어보셨어요. 계약까지 간 분은 드물었습니다 |
| 2022년 7월 | 온더웨스트가 충남개발공사 땅을 1,192억 원에 사는 토지매매계약 체결 | “이번엔 도장 찍었다”는 뉴스에 승언리·중장리 임야 시세 문의가 확 늘었어요. 실제 거래도 몇 건 봤습니다 |
| 2024년 10월 | 당시 지사가 “임기 내 착공” 발표. 4지구 2025년 상반기, 3지구 2026년 상반기 | 착공 날짜가 붙으니 “지금 안 사면 늦느냐”는 전화가 왔어요. 그 날짜는 둘 다 지나갔습니다 |
공통점이 있어요. 뉴스가 나오고 두세 달은 전화가 오다가, 착공 소식이 안 들리면 조용해집니다. 그 사이에 사신 분들은 그때 시세를 그대로 안고 기다리는 거고요. 2022년에 사신 분 중에 올해 저한테 다시 내놓으신 분이 계세요. 4년 동안 재산세만 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지구가 넷인데 옆 땅에 미치는 무게가 다 달라요
안면도 관광지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만 지구 네 개가 위치도 성격도 따로 놉니다. 이걸 모르고 “관광지 옆”이라는 말만 듣고 땅을 보면 엉뚱한 데를 보게 돼요.
| 지구 | 어디 | 규모 | 지금 상태 | 옆 땅 입장에서 |
|---|---|---|---|---|
| 1지구 | 승언리 일원 | 20만㎡ 남짓 | 테마파크와 아웃렛 계획은 접고 꽃박람회·지방정원 같은 공공 방식으로 재설계. 바로 옆 안면도 지방정원(중장리, 20만8,953㎡)이 올봄 시범운영 시작 | 이미 굴러가는 쪽. 꽃지와 정원 손님이 실수요 |
| 2지구 | 중장리 765-66 일원 | 6만9,146㎡ | 나라키움 정책연수원 자리. 2025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민간개발자 공모(외국인 투자 30% 조건, 숙박시설 제외) 뒤 복합레저 방향으로 다시 설계 중 | 규모가 작고 숙박이 빠져 주변 펜션과 안 부딪혀요 |
| 3지구 | 승언리 일원 | 3·4지구 합쳐 214만㎡ | 호텔·콘도 520실, 사업비 6,000억 원. 2026년 상반기 착공 목표였으나 미착공 | 펀드 결과에 달렸어요 |
| 4지구 | 승언·중장·신야리 | (위와 합산) | 18홀 골프장과 골프빌리지 340실, 8,000억 원. 2023년 4월 관광숙박업 사업계획 승인. 2025년 상반기 착공 목표였으나 미착공 | 펀드 결과에 달렸어요 |
그러니까 뉴스에 나오는 “연내 결단”은 3·4지구 얘기예요. 온더웨스트(조선호텔앤리조트 등 8개사 컨소시엄)가 2022년에 땅 계약을 하고 1조3천억 원 넘는 사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건설경기와 PF 시장이 막히면서 첫 삽을 못 떴습니다. 도가 하나증권, 충남개발공사와 같이 지역활성화투자펀드로 돈을 채우려 했는데 최근 심사에서 보류가 나온 거고요. 2지구 공모 조건은 아시아경제 기사에, 4지구 승인 내용은 충청뉴스 기사에 나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짚을 게 있어요. 관광지 경계 안쪽 땅은 대부분 도 쪽(충남개발공사)이 이미 갖고 있어요. 개인이 살 수 있는 건 경계 바깥이에요. 그 경계가 어디냐는 토지이음에서 지번을 찍으면 관광지 표시로 뜹니다. 관광지 안이라고 소개받은 땅이 있으면 그것부터 확인하세요.

그동안 승언리 땅값을 움직인 건 딴 데 있었습니다
35년을 되짚어 보면 관광지 뉴스는 문의를 만들었지 시세를 만들진 못했어요. 시세를 실제로 움직인 건 따로 있었습니다.
먼저 꽃지해수욕장 자체예요. 관광지가 되든 말든 여름이면 꽃지는 사람으로 찼고 그 손님을 받는 펜션과 민박이 승언리와 중장리를 채웠어요. 태안 민박 930곳 중 안면읍이 387곳이라는 숫자는 예전에 민박 숫자 글에서 다뤘는데, 관광지 없이 만들어진 수요예요.
다음이 2023년 국립공원 구역 조정이에요.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22개소 275만㎡가 빠졌는데 여기에 안면읍 승언·정당·창기·신야리가 들어 있어요. 공원 안에서는 새로 집을 못 올리는데 그게 풀린 필지는 성격이 확 바뀝니다. 관광지 발표 열 번보다 이 조정 한 번이 해당 필지엔 더 컸어요. 어느 필지가 안이고 밖인지는 국립공원 땅 글에 적어뒀습니다.
지방정원도 있어요. 262억 원 들인 안면도 지방정원이 6월에 정식 등록됐는데, 이건 벌써 문을 연 실물이에요. 실물이 생기면 그 앞 진입로변 땅에는 값이 붙어요. 발표만 있는 3·4지구와는 결이 다릅니다.
2022년 계약 뉴스 직후에 신야리 쪽 임야를 사신 분이 계셨어요. 저한테는 팔려고 하실 때 오셨어요. 서류를 보니 필지 절반이 공원구역이었고 진입로는 남의 밭 사이 현황도로였어요. 관광지가 들어서면 값이 오를 거란 계산에 그 두 가지를 건너뛰신 거죠. 관광지가 들어와도 이 땅엔 집을 못 짓는다는 말씀을 드려야 했습니다.
연말에 결단이 나오면 옆 땅은 어떻게 갈릴까요
지사 말대로면 올해 안에 어느 한쪽으로 갈 겁니다. 제가 보는 그림은 이래요. 어느 쪽이 될지는 저도 몰라요. 되더라도 착공까지는 또 시간이 걸린다는 전제로 봐주세요.
| 경우 | 무슨 뜻인가 | 승언·중장·신야리 옆 땅은 |
|---|---|---|
| 펀드 재심사 통과 | 3·4지구 자금 일부 확보, PF 협상 재개 | 문의는 늘겠지만 착공은 그다음이에요. 2022년처럼 뉴스 직후 거래는 한 박자 쉬는 게 낫습니다 |
| 미선정 뒤 새 방안 | 규모를 줄이거나 사업자를 바꾸는 식의 구조 조정 | 골프장과 호텔을 전제로 잡았던 기대는 다시 계산해야 해요 |
| 사실상 장기 보류 | 여덟 번째 무산 | 지방정원과 꽃지 실수요만 남아요. 펜션이나 세컨하우스 쓰임 위주로 보셔야 합니다 |
어느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요. 꽃지에 오는 손님하고 문을 연 지방정원이에요. 국립공원 경계도 결단이 어느 쪽으로 나든 그대로고요. 땅을 보실 거면 여기에 기대는 게 맞습니다. 3·4지구는 되면 좋은 덤 정도로 두시는 게 마음이 편해요.
안면읍 땅 보러 가기 전에 챙기실 것
- 토지이음에서 관광지 표시와 국립공원 경계, 용도지역까지 한 화면에서 보세요. 안면읍 바닷가 쪽은 자연환경보전지역과 보전관리지역이 많아서, 서산 팔봉면 계획관리지역 생각하고 가면 건축 조건이 딴판이에요.
- 진입로. 임야는 현황도로 하나로 나온 필지가 흔해요. 건축허가에 쓸 수 있는 도로인지 안면읍사무소에서 먼저 물어보세요.
- 갯바람과 염해. 꽃지 서쪽 면은 바람이 셉니다. 세컨하우스 목적이면 갯바람 글부터 읽어보시고요.
- 침수 이력. 백사장항 쪽 저지대 얘기는 침수 자리 글에 있어요.
- 세금. 태안군은 인구감소지역이라 수도권에 집이 있어도 시골집 하나는 1주택으로 봐주는 경우가 있어요. 1주택 특례 글에서 조건을 확인하세요.
- 기다림의 값. 2022년에 사서 지금까지 들고 계신 분들의 재산세와 이자를 합치면 얼마인지, 그 셈을 먼저 해보고 들어가세요.
저는 안면도 관광지가 됐으면 좋겠어요. 35년째 표지판만 서 있는 걸 보는 게 저도 답답하니까요. 다만 그 기대를 땅값으로 먼저 치르는 건 다른 얘기예요. 궁금한 필지가 있으면 지번만 알려주세요. 관광지 안인지 밖인지, 공원 안인지 밖인지는 몇 분이면 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