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에 호재가 몰렸는데, 갯벌 앞 땅은 보호구역부터 봐야 해요

지난주에만 가로림만 갯벌이 보이는 땅을 묻는 전화를 세 통 받았어요. 다리 놓인다더라, 국가정원 생긴다더라, 세계유산 된다더라. 셋 다 맞는 얘기예요. 그런데 저는 그런 전화를 받으면 호재부터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리 어디에 붙는지 아세요?” 하고 되묻는 편이에요.

가로림만은 서산하고 태안 사이에 폭 안겨 있는 만이에요. 동쪽 갯가가 서산 대산읍·지곡면·팔봉면 쪽이고, 서쪽이 태안 이원면·원북면입니다. 제 사무소가 있는 팔봉에서 차로 나가면 금방 물비린내가 나는, 그런 동네죠. 요즘 이 만 하나에 굵직한 소식이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태안 안면도 앞바다에 물이 빠져 드러난 넓은 갯벌과 바위섬, 잔잔한 서해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가로림만에 몰린 소식 세 가지부터 정리하고 갈게요

손님들이 뭉뚱그려 알고 오시는데, 사실 성격이 다 다른 사업이에요. 헷갈리면 땅 볼 때 판단이 흔들리니까 갈라서 보겠습니다.

소식 내용 지금 단계
가로림만 해상교량 태안 이원면 만대항~서산 대산읍 독곶리를 잇는 국도 38호선 연륙교, 약 5.3㎞·사업비 2,647억 규모 제6차 국도·국지도 계획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포함, 결과는 아직
국가해양정원 가로림만 둘레를 정원으로 조성하는 구상, 서산 아라메길·태안 솔향기길 연계 해안 탐방로 지방정원부터 운영해 국가정원 지정을 목표로 하는 장기 계획
세계자연유산 등재 가로림만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올리는 절차 세계유산위원회 심사 단계, 등재 여부는 확정 전

다리는 길을 뚫는 사업이고, 정원과 세계유산은 갯벌을 지키자는 사업이에요. 방향이 정반대죠. 이 차이를 모르고 “다 호재니까 근처 땅은 오르겠지” 하면 헛다리를 짚습니다.

참고로 예타는 통과를 장담하는 절차가 아니에요. 대상에 오른 것과 확정된 것은 다릅니다. 저는 손님들께 다리 얘기 나오면 “삽 뜨는 거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라고 말씀드려요. 호재 소식에 땅값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예전에 서산 공항 얘기로 한 번 정리해 둔 게 있으니 같이 보시면 감이 오실 거예요.

정작 가로림만 자체는 2016년부터 ‘보호구역’입니다

이게 현지에서 땅 보는 사람만 챙기는 부분이에요. 가로림만은 2016년에 이미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어요. 우리나라에 남은 갯벌 중에 자연 상태가 거의 그대로 보존된 몇 안 되는 곳이라 그렇습니다.

해양보호구역은 해양환경공단 관리 아래에 있고, 습지보전법과 해양생태계법이 같이 걸려 있어요. 쉽게 말하면 만 안쪽하고 갯벌은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묶여 있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반전이 나옵니다. 세계유산까지 등재되면 보전은 더 강해지지 덜해지지 않아요. 갯벌 앞 땅을 “이제 개발 풀리겠네” 하고 사려는 분들이 계신데, 방향이 거꾸로일 수 있다는 거죠.

물론 다리가 지나가는 접속부나 관광 배후 상권은 사람이 오가면서 값이 움직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갯벌에서 조금 떨어진, 길이 닿는 자리 얘기지 물가에 바짝 붙은 땅 얘기가 아닙니다.

태안 갯벌에 물이 빠지자 빨간 등대와 방파제가 드러나고 갯일 나온 사람들이 보이는 어촌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갯벌 앞 땅 보러 오시는 분들이 자주 놓치는 것

작년에 서울에서 오신 분이 지곡면 바닷가 땅에 계약 직전까지 갔던 적이 있어요. 조망이 정말 좋았거든요. 물 빠지면 갯벌이 쫙 펼쳐지는 자리였죠. 그런데 토지이용계획을 떼어 보니 뒷산이 공익용 산지로 묶여 있고, 바다 쪽은 보호구역 경계에 걸쳐 있더라고요.

조망이 좋다는 것과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예요. 그날 저는 계약을 말렸습니다. 조망값 주고 규제 덩어리를 산 셈이 될 뻔했으니까요.

갯벌 인접지에서 제가 늘 먼저 확인하는 건 이런 것들이에요.

  • 해양보호구역·습지보호지역 경계에 땅이 걸치는지
  • 뒤편 산지가 공익용 산지인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지
  • 진입로가 있는지, 맹지는 아닌지 (갯가 땅은 의외로 길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 해안에서 일정 거리 안쪽이라 건축이 제한되는 구역인지

이건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에서 토지이용계획확인원 한 장만 떼어 봐도 절반은 걸러져요. 도장 찍기 전에 이거부터 보시라고 늘 말씀드립니다. 갯바람 좋다고 서두르다 후회하는 분들, 매년 몇 분씩 뵙거든요.

같은 가로림만이라도 동네마다 처지가 다릅니다

만 하나를 두고도 읍면마다 성격이 갈려요. 다리가 어디 붙느냐, 규제가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실제 분위기가 다릅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감으로 대략 이렇게 정리해 봤어요.

동네 가로림만과의 관계 현장에서 보는 분위기
서산 대산읍 해상교량 서산 쪽 접속부(독곶리) 방면 산업단지 배후라 원래 움직임이 있던 곳, 다리 얘기에 문의가 느는 편
서산 지곡면·팔봉면 갯벌·해안에 바짝 붙은 자리 많음 조망은 최고지만 보호구역·산지 규제 확인이 관건
태안 이원면 해상교량 태안 쪽 접속부(만대항) 방면 끝단이라 조용했는데 다리 기대감이 생긴 동네
태안 원북면 가로림만 안쪽 갯마을 성격 어촌 정주 여건 위주, 개발보다 생활 무대로 보는 게 맞음

표는 어디까지나 제 체감이에요. 같은 이원면 안에서도 도로에 닿은 필지냐 갯벌에 닿은 필지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예요. “이원면이 좋다더라”가 아니라 “이 필지가 어떤가”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갯벌 앞 땅을 본다면

호재가 가짜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에요. 다리도, 정원도, 세계유산도 다 실제로 진행 중인 일들이고 이 지역엔 분명 좋은 흐름입니다. 다만 그 흐름이 내가 볼 땅에 그대로 얹히느냐는 완전히 별개예요.

순서만 지켜도 크게 헛발질하지 않아요. 소식에 마음이 급해지면 이 순서를 거꾸로 밟게 되더라고요.

  1. 토지이용계획확인원부터 뗀다 (규제 먼저 본다)
  2. 해양보호구역·산지·그린벨트에 걸리는지 확인한다
  3. 다리 접속부·도로 계획이 그 필지에 실제로 닿는지 본다
  4. 그다음에 조망과 값을 이야기한다

가로림만은 앞으로 몇 년 계속 뉴스에 오르내릴 곳이에요. 그럴수록 소식과 내 땅을 분리해서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궁금한 필지가 있으시면 토지이용계획확인원 한 장 들고 오세요. 그거 같이 들여다보는 게 제일 빠르고 정확하거든요.

세금이나 규제 판단이 애매하면 관할 시군 담당 부서나 세무 전문가 확인을 꼭 함께 받으시고요. 여기 적은 건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지, 개별 필지의 확답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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