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하면 건강보험료가 준다는 말, 서산에서는 반만 맞습니다

지난주에 사무소로 전화가 한 통 왔어요. 재작년에 부석면 쪽 집이랑 밭을 같이 보러 다니셨던 분입니다. 목소리가 영 가라앉아 있더라고요.

서울 회사를 정리하고 내려온 게 올 3월이었대요. 그런데 여름 들어 받은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보고 놀랐다는 겁니다. 직장 다닐 때 회사가 절반을 내주던 그 금액이 아니었으니까요.

지역가입자가 되면 그 절반이 사라집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아세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사둔 땅이 보험료 계산에 그대로 들어옵니다.

귀촌 상담에서 이 얘기가 잘 안 나와요. 취득세는 다들 물어보고 양도세는 계약 전부터 걱정하는데, 건강보험료를 묻는 분은 열에 한 분 될까 말까입니다. 정작 매달 빠져나가는 건 이쪽인데 말이죠.

밭에서 막 캐낸 흙 묻은 고구마가 줄기와 함께 쌓여 있는 모습

땅은 시세가 아니라 ‘과세표준’으로 잡힙니다

먼저 오해부터 풀고 갈게요. 1억에 산 밭이 있다고 그 1억이 보험료에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기준은 재산세 과세표준이에요.

토지는 개별공시지가에 면적을 곱한 다음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적용해요. 주택은 개별주택가격의 60%인데, 1세대 1주택이면 43~45% 특례가 붙어서 더 내려가고요.

그렇게 나온 금액들을 다 더한 다음, 1억 원을 일괄로 빼줍니다. 이 공제가 2023년 9월에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라갔어요. 남은 금액을 등급표에 대입해 점수를 매깁니다. 그 점수에 하나당 211.5원을 곱한 게 그 달 재산보험료예요.

자동차는 2024년 2월분부터 빠졌습니다. 시골에서 트럭 한 대는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험료로 돌아오던 시절은 지났어요.

구분 계산 방식
토지 과세표준 개별공시지가 × 면적 × 70%
주택 과세표준 개별주택가격 × 60% (1세대 1주택 43~45%)
기본공제 합산액에서 1억 원 차감
재산보험료 등급별 점수 × 211.5원
소득보험료 소득월액 × 7.19%

근거 조문이 궁금하시면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 산정식이 정리돼 있습니다.

서산·태안에서 흔한 조합으로 굴려봤어요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죠. 제가 상담하면서 자주 보는 세 가지 조합으로 계산해봤습니다. 공시지가는 제가 최근 들여다본 필지들에서 잡은 대략치라 실제 내 땅과는 차이가 있어요. 흐름만 봐주세요.

구성 과세표준 합 1억 공제 후 재산점수 월 재산보험료
시골집(공시 5천만 원) + 논 300평(㎡당 2만 원) 약 3,540만 원 0원 0점 0원
시골집(공시 6천만 원) + 밭 2,000평(㎡당 3만 원) 약 1억6,460만 원 6,460만 원 344점 약 7만2천 원
시골집(공시 8천만 원) + 해안가 밭 1,000평(㎡당 12만 원) 약 3억1,200만 원 2억1,200만 원 611점 약 12만9천 원

ㄱ번을 보세요. 집 한 채에 텃밭 정도면 재산보험료가 아예 안 붙습니다. 1억 공제 안에서 다 소화되거든요. 소득이 없으면 하한선인 월 2만 원대만 내게 됩니다.

갈리는 지점은 ㄴ과 ㄷ입니다. 면적이 세 배 차이 나는데 보험료는 두 배가 안 돼요. 대신 땅값 단가가 여섯 배 뛰니까 보험료가 확 올라갑니다. 바닷가 도로 접한 계획관리지역 밭이 그래요. 평수보다 위치가 고지서를 만듭니다.

참고로 태안군의 올해 개별공시지가는 평균 1.21% 올랐고, 충남 전체는 1.73%였습니다. 크게 요동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매년 조금씩 올라가는 건 맞아요. 공시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지난번 개별주택 공시가격 글에서 다뤘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28%를 덜 냅니다. 그런데 선이 하나 있어요

서해 갯벌에서 호미로 조개를 캐는 두 사람과 멀리 보이는 섬

여기서부터가 돈이 갈리는 자리예요. 농사를 짓는다는 걸 증명하면 두 가지가 붙습니다.

하나는 농어촌 지역 거주자 경감 22%. 다른 하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예산으로 대주는 농업인 건강보험료 지원 28%입니다. 어업인도 같이 들어가고요. 서산 앞바다에서 맨손어업 하시는 분들도 대상입니다.

그런데 이 28%에 문턱이 있습니다.

월 건강보험료 부과액 지원
380,920원 미만 부과액의 28% 지원
380,920원 이상 ~ 528,970원 미만 정액 약 10만6천 원 지원
528,970원 이상 지원 없음

보험료가 일정 선을 넘으면 정률에서 정액으로 바뀝니다. 52만9천 원부터는 아예 끊겨요. 땅을 계속 늘리다 보면 이 선에 닿는 분들이 나와요. 재산이 늘어서 보험료가 오르는데, 오른 만큼 받던 지원까지 떨어져 나가는 구조입니다.

신청은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를 들고 읍면동에서 확인받아 공단 지사에 내면 됩니다. 상시 접수라 언제든 되고요. 자세한 건 정부24 농업인 건강보험료 지원 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아직 안 하셨다면 귀농인 자격 관련 글도 같이 보세요.

같은 서산인데 면에 사느냐 동에 사느냐

시내에 나란히 선 한국 아파트 단지 고층 건물들

이건 현장에서 제일 많이 어긋나는 부분이에요.

서산에 내려오시는 분들 중에 이런 조합이 꽤 있습니다. 살림은 시내 아파트에 두고, 팔봉이나 운산에 밭을 사서 주말마다 오가는 방식이요. 편하죠. 병원도 가깝고 아이들 학교도 있고.

그런데 농어촌 경감은 주소지를 봅니다. 땅이 어디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디 사느냐예요.

주소지 농어촌 22% 경감
태안군 전역 (태안·안면읍, 고남·남·근흥·소원·원북·이원면) 읍면이라 해당
서산 대산읍과 9개 면 (인지·부석·팔봉·지곡·성연·음암·운산·해미·고북) 해당
서산 시내 5개 동 (부춘·동문1·동문2·수석·석남) 도시지역이면 빠질 수 있음

태안은 군 전체가 읍면이라 어디에 주소를 두든 걸릴 게 없어요. 서산은 도농복합시라 갈립니다. 시내 동 지역 아파트에 전입하면 밭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이 경감이 안 붙는 경우가 생겨요.

다만 동 지역이라도 도시지역 밖이면 인정되는 자리가 있습니다. 여기는 필지와 주소마다 판정이 달라서 제가 단정 지어 말씀드릴 수 없어요. 건강보험공단 1577-1000에 주소 불러주고 물어보시는 게 가장 빠릅니다.

땅 보러 다니기 전에 이 정도는

그래서 요즘은 땅 보러 오시는 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려요.

집 한 채에 텃밭 수준이면 재산 쪽 보험료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1억 공제가 웬만한 시골집과 소규모 농지를 덮어줘요.

천 평이 넘어가거나 해안가 계획관리지역처럼 단가가 높은 땅을 보고 계시다면, 계약 전에 공시지가부터 확인하세요.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뗄 때 공시지가도 같이 나옵니다. 거기에 면적 곱하고 0.7 곱하면 대충 나와요.

그리고 주소지. 농사를 지을 생각이시면 읍면에 주소를 두는 게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경감이든 지원이든 대부분 주소지를 기준으로 걸리거든요.

마지막으로 하나. 이 글의 숫자는 제도 기준일 뿐이고, 세대원 구성이나 소득에 따라 실제 고지액은 달라집니다. 땅을 크게 사실 계획이면 계약 전에 공단에 모의 계산을 한 번 받아보세요. 취득세 계산기는 다들 두드려보면서 이건 안 해보시더라고요.

부석면 그분은 결국 농업경영체 등록부터 하러 가셨습니다. 밭에 고구마를 심어놨으니 자격은 되거든요. 진작 알려드릴걸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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