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만 비슷한 전화를 세 통 받았어요. 빌려서 짓던 땅을 내년엔 못 준다더라, 지주가 갑자기 계약서를 쓰자는데 도장 찍어도 되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세 분 다 말로만 빌려 쓰고 계셨어요. 봄에 지주 어르신 만나서 “올해도 부탁드립니다” 하고 가을에 나락 몇 가마 실어다 드리는 식으로요. 서산이나 태안 시골 마을에서 아주 흔한 방식입니다. 저희 사무소 오시는 분들 절반은 이렇게 시작하세요.
그런데 올해는 그게 매끄럽게 안 넘어갑니다.
전수조사 심층조사가 지금 돌아가는 중이에요
정부가 올해 5월 18일부터 전국 농지를 처음으로 전수조사하고 있습니다. 1996년 1월 농지법이 시행된 뒤에 취득한 농지가 대상입니다. 5월부터 7월까지 기본조사를 돌리고, 8월부터 12월까지가 심층조사예요. 지금이 딱 그 심층조사 기간이에요.
조사에서 보는 게 뭐냐면, 주인이 정말 그 땅을 직접 짓고 있는지입니다. 남에게 빌려주고 있다면 농지은행에 임대위탁을 제대로 맡겼는지도 같이 봅니다. 위성이랑 드론까지 동원하는 조사라 예년처럼 넘어가지지가 않아요. 이 부분은 예전에 사두고 묵혀둔 서산 농지 이야기에서 한 번 다뤘습니다.
그러다 보니 놀란 지주들이 “내가 직접 짓겠다”며 땅을 거둬들이는 일이 생겼어요. 정부도 그걸 예상했는지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를 따로 열었어요. 5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는 임대차 특별정비기간을 뒀습니다. 구두로 하던 걸 서면계약이나 농지은행 위탁으로 바꾸라는 취지였는데, 그 뒤로 서면 임대차계약이 61% 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지주가 계약서를 쓰자고 하는 건, 임차인을 옭아매려는 게 아니라 본인이 급해서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겁먹고 미룰 일이 아닙니다.
땅 빌리는 길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 방식 | 기간 | 임차료 | 현장에서 걸리는 점 |
|---|---|---|---|
| 마을 구두 임대차 | 사실상 1년씩 | 나락 몇 가마 또는 현금 | 빌린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음. 지주도 조사에서 불리 |
| 당사자 서면 임대차계약 | 3년 이상 (다년생·시설은 5년 이상) |
계약서에 적은 대로 | 지주가 서류 남기는 걸 꺼리는 경우가 있음 |
| 농지은행 임대수탁 | 공사가 정한 기간 | 공사가 중간에서 정산 | 지주가 3년 이상 소유한 농지여야 위탁 가능 |
농지법은 농지 임대차 기간을 3년 이상으로 정해뒀어요. 다년생 작물을 심었거나 임차인이 고정식 온실, 비닐하우스를 세운 땅이면 5년 이상입니다. 자세한 조문은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 정리돼 있습니다.
농지은행 임대수탁은 지주가 3년 이상 갖고 있던 땅이라야 맡길 수 있어요. 상속받은 농지는 소유 기간을 안 따집니다. 마을 어르신 땅 중에 상속으로 넘어온 게 많으니 이건 알아두시면 씁니다. 물건은 농지은행 통합포털에서 봅니다.
서산 간척 논이랑 태안 밭은 결이 다릅니다
같은 임차라도 어느 동네냐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서산 천수만 쪽 간척지 논은 필지가 큽니다. 한 배미가 3천 평 넘어가는 게 예사예요. 임차 물량은 오히려 여기가 많은데, 처음 오신 분이 덜컥 빌리면 계산이 안 맞습니다. 트랙터도 콤바인도 없으니 작업삯을 다 주고 맡겨야 해요. 그러면 남는 게 임차료보다 작업비 쪽에서 먼저 깎여요. 기계 있는 동네 분들이 이미 잡고 있는 땅이 대부분이기도 하고요.
팔봉이나 부석, 지곡 안쪽 밭은 반대입니다. 500평에서 1,500평 사이가 흔합니다. 연세 드셔서 더는 못 짓는 어르신 땅이 나옵니다. 구두 관행이 제일 짙게 남은 곳도 여기예요. 대신 이런 땅은 부동산보다 이장님이 먼저 압니다. 마을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사람한테 먼저 가요.
태안 원북이나 이원 쪽은 밭농사가 중심이라 마늘, 생강 하는 분들이 땅을 찾습니다. 여기서는 임차료보다 바람이 먼저입니다. 바다 쪽으로 열린 필지는 방풍이 안 되면 봄에 한 번 크게 당해요. 그래서 저는 임차 후보 필지가 정해지면 장마 끝나고 배수 상태를 한 번, 겨울 바람 불 때 한 번 더 가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1년짜리 계약도 아닌데 두 번 못 갈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얼마를 주고 빌리는 겁니까

한국농어촌공사가 해마다 농지임차료 실태조사를 합니다. 국가승인통계로 잡힌 자료라 기준점으로 쓸 만합니다. 2024년 조사에서 1헥타르당 전국 평균이 275만 1천 원이었습니다.
| 구분 | 1ha당 임차료 |
|---|---|
| 전국 평균 | 275만 1천 원 |
| 논 | 274만 7천 원 |
| 밭 | 260만 1천 원 |
| 과수 | 342만 3천 원 |
| 제일 비싼 곳 (제주) | 329만 9천 원 |
| 제일 싼 곳 (강원) | 226만 4천 원 |
헥타르가 감이 잘 안 오시죠. 1헥타르가 대략 3천 평입니다. 평수로 환산하면 이렇게 됩니다.
| 면적 | 논 기준 | 밭 기준 |
|---|---|---|
| 300평 | 약 27만 원 | 약 26만 원 |
| 1,000평 | 약 91만 원 | 약 86만 원 |
| 3,000평 | 약 272만 원 | 약 258만 원 |
어디까지나 전국 평균을 나눈 값이에요. 실제로는 물 대기 좋은 논이냐, 길이 붙었냐, 트랙터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같은 마을에서도 배 가까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서산·태안 마을에서는 아직 현금 대신 나락으로 주는 데가 남아 있어요. 충남은 임차농지에서 쌀 짓는 비중이 62.9%로 높은 편이라 더 그렇습니다. 이게 편해 보여도 쌀값이 출렁이면 실제 부담이 같이 움직입니다. 현물로 주기로 했다면 계약서에 품종이랑 등급, 몇 가마인지, 몇 킬로 들이인지까지 적어두세요. 나중에 “그때 그 가마가 아니다”로 다투는 걸 몇 번 봤습니다.
첫해 직불금은 대개 못 받으세요
이 대목에서 표정이 굳는 분들이 많습니다. 임차료 계산할 때 공익직불금을 미리 넣어놓고 오시거든요.
공익직불금은 땅 주인이 아니라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이 신청합니다. 빌려서 짓는 분이 받는 게 맞아요. 지주가 대신 받고 임차인에게 얼마 떼어주는 식은 안 됩니다.
문제는 신규 신청자 요건이에요. 등록신청 연도 기준으로 직전 3년 가운데 1년 이상, 지급대상 농지를 0.1헥타르 넘게 경작했거나 농산물 판매액이 연 120만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올봄에 처음 땅 빌린 분은 여기 걸립니다. 그러니 첫해 소득 계산에서는 직불금을 아예 빼놓고 잡으시는 게 마음이 편해요. 기준은 농림축산식품부 공익직불제 안내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서면계약이 다시 걸립니다. 이듬해에 신청하려 해도 작년에 그 땅을 빌려 지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구두계약이면 내놓을 서류가 없어요.
태안은 임차료를 대주고, 서산은 물어보셔야 합니다
태안군에는 청년농업인 농지 임차료 지원사업이 있습니다. 임차료의 70%를 연 300만 원 한도로, 최대 3년까지 대줍니다.
| 항목 | 내용 |
|---|---|
| 지원 규모 | 임차료 70%, 연 최대 300만 원 |
| 지원 기간 | 최대 3년 |
| 나이 | 만 18세 ~ 45세 |
| 자격 | 농업경영체 경영주 등록, 실제 영농 종사 |
| 접수처 | 주소지 읍·면 행정복지센터 |
| 올해 규모 | 25명 안팎, 예산 7,400만 원 |
예산 7,400만 원에 25명이면 넉넉한 자리는 아니에요. 올해는 7월 10일로 접수가 닫혔으니 관심 있으시면 내년 초 공고를 미리 챙기셔야 합니다.
서산은 임차료를 이렇게 직접 얹어주는 사업이 눈에 띄지 않아요. 지자체 사업은 해마다 바뀌니 단정할 건 아니에요. 서산시 농업기술센터에 그해 사업 목록을 물어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나이가 안 되는 분들은 지자체 사업 대신 농지은행 쪽 임대 물량을 보시는 편이 낫고요. 귀농인 자격 자체가 헷갈리시면 전입 시점 때문에 귀농인이 안 되는 경우도 같이 보세요.
계약서에 이 칸들은 꼭 살려두세요
서면으로 쓰기로 했다면, 빈칸으로 넘어가기 쉬운 자리가 몇 군데 있습니다.
| 항목 | 안 적으면 생기는 일 |
|---|---|
| 임대 기간 | 법정 최소가 3년(다년생·시설 5년)인데 1년으로 적어 다툼 |
| 임차료 형태 | 현물이면 품종·등급·가마 수가 없어 해마다 실랑이 |
| 설치물 처리 | 하우스·관정·퇴비사를 두고 나올 때 값을 못 받음 |
| 직불금 신청자 | 지주가 먼저 신청해버려 중복 신청으로 막힘 |
| 배수로·객토 부담 | 바닷가 필지에서 배수 손보는 비용을 누가 대는지 불명확 |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임대차계약을 맺으면 60일 안에 농지 소재지 읍·면에 농지대장 변경신청을 해야 합니다. 정부24로도 됩니다. 안 하면 과태료가 붙어요. 계약서 쓰고 안심하다가 이걸 빠뜨리는 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농지대장이랑 농업경영체 순서는 예전 글에 적어뒀습니다.
사는 게 먼저냐, 빌리는 게 먼저냐
2023년에 부석 쪽 밭 1,500평을 말로만 빌려 고추를 심으신 분이 계셨어요. 첫해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봄에 지주 아들이 내려오면서 땅을 거둬갔어요. 세워둔 하우스 두 동은 값을 한 푼도 못 받고 나오셨습니다. 계약서가 없으니 따질 근거가 없었어요.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태안 원북에서 3년 서면계약으로 시작한 젊은 분은 군 지원사업으로 임차료를 덜었고, 3년째 되던 해에 그 땅을 아예 사셨어요. 이미 세 해를 지어본 땅이니 물이 어떤지 바람이 어떤지 다 알고 사신 겁니다.
땅부터 사고 시작하시는 분들이 3년 차에 어떤 고민을 하는지는 이 글에 따로 적어뒀어요. 빌려서 한두 해 겪어보고 사는 순서가 이 동네에선 덜 다치는 편입니다. 물론 마음에 드는 땅이 나왔는데 기다리다 놓치는 경우도 있으니, 어느 쪽이 맞는지는 사정 보고 정하실 일이고요.
다만 어느 쪽으로 가시든 올가을만큼은 계약서 한 장은 챙기시는 게 좋겠습니다. 조사가 12월까지 갑니다.
서산·태안 농지 임차 관련해서 더 여쭤보실 게 있으면 010-6548-8070로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