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넘는데 차창 밖 산자락이 군데군데 붉었습니다. 태안 소원면 쪽으로 임야 한 필지를 보러 가던 길이었어요. 단풍 들 철도 아닌 7월에 붉은 소나무는, 말라 죽었다는 뜻이거든요.
차 세우고 걸어 올라가 보니 능선 아래쪽에 파란 방수포로 덮어놓은 무더기가 서너 개 있었습니다. 훈증더미예요. 재선충 걸린 나무를 베어다 약 넣고 비닐로 싸놓은 겁니다.
같이 간 손님은 그걸 못 보셨어요. 계속 바다 쪽 조망만 확인하고 계셨거든요.
올해 서산이나 태안에서 임야를 보실 생각이라면, 이 붉은 나무 이야기는 한 번쯤 짚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땅값보다 먼저 걸리는 문제가 됐어요.

1년 만에 5천 그루에서 14만 그루
지난 7월 15일에 산림청이 충남 서해안 소나무재선충병 대책을 내놨습니다. 숫자를 보고 저도 좀 놀랐어요.
| 구분 | 내용 |
|---|---|
| 2025년 충남 피해목 | 약 5,000그루 |
| 2026년 예상 피해목 | 약 140,000그루 (약 28배) |
| 확산 중심 시·군 | 태안 · 보령 · 청양 · 서천 |
| 대책 | 국가방제벨트 구축 + 특별방제구역 지정 |
28배라는 게 실감이 잘 안 나실 텐데, 현장에서는 체감이 됩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태안 산에서 붉은 나무를 보면 “저기 한 그루 갔네” 하고 지나쳤어요. 올해는 능선 하나에 여러 그루가 뭉텅이로 붉습니다.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잘 살아남은 게 원인으로 꼽히더군요. 서해안은 겨울에도 영하로 오래 안 내려가는 편이잖아요. 그 기후가 여기선 불리하게 작용한 셈입니다.
국가방제벨트는 피해 심한 지역 바깥에 폭 2km 이상으로 ‘안심방제대’를 두르는 방식이에요. 그 안에서 수종을 바꾸고, 간벌하고, 나무주사를 놓습니다. 내륙으로 못 넘어가게 벽을 세우는 그림입니다. 산림청 발표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태안은 이미 행정예고가 나갔습니다
더 가까운 소식은 그다음이에요. 7월 20일에 산림청이 태안군 일원을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행정예고를 냈습니다.
이게 뭐가 달라지느냐면, 방제를 할 수 있는 기간이 바뀝니다.
| 지금까지 | 특별방제구역 지정 후 | |
|---|---|---|
| 방제 기간 | 9월 ~ 이듬해 4월 | 연중 상시 |
| 예산·예찰 | 지자체 부담 비중 큼 | 국가 지원 대폭 강화 |
| 산주가 겪는 것 | 겨울에 한 번 오는 작업 | 여름에도 벌채·훈증 작업이 들어옴 |
산주 입장에서는 “이제 아무 때나 우리 산에 사람이 들어온다”는 뜻이 됩니다. 방제 자체는 국가가 해주는 거라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닌데, 문제는 그 산을 사서 뭔가를 하려던 사람한테는 일정이 꼬인다는 거예요.
태안군은 안면도 해송림을 비롯해 소나무 숲 비중이 큰 지역입니다. 안면송 지키자고 예방 나무주사를 확대하는 것도 그래서고요.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면 산림청과 협의해서 확정되는 수순입니다.
내 산인데 내 나무를 못 옮기는 상황
여기서부터가 임야 사시는 분들이 실제로 걸리는 지점이에요.
재선충이 나오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제9조에 따라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이 지정됩니다. 발생지에서 반경 2km 이내, 행정동·리 단위로 통째로 묶여요. 한 그루 나왔다고 그 필지만 묶는 게 아닙니다. 리 전체가 들어갑니다.
반출금지구역에 들어가면 이렇게 갈립니다.
| 대상 | 가능 여부 |
|---|---|
| 산에서 자연적으로 나고 자란 소나무·곰솔(해송) | 구역 밖으로 이동 전면 금지 |
| 조경수·분재로 기른 소나무류 | 미감염 확인증 받으면 예외적으로 이동 가능 |
| 미감염 확인증 발급 | 시·도 산림환경연구기관 신청, 처리 약 15일 |
| 무단 이동하다 적발되면 |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
실제 있었던 일을 하나 말씀드릴게요. 태안 쪽 임야를 사서 전원주택을 앉히려던 분이었습니다. 부지 정지하면서 소나무가 스무 그루 남짓 나왔어요.
이분 계산으로는 그 소나무를 조경업자한테 넘겨서 정지 비용 일부를 회수할 생각이었습니다. 서해안 곰솔은 모양이 나쁘지 않아서 값을 쳐주는 데가 있거든요.
그런데 반출금지구역이었습니다. 산에서 자란 나무라 확인증 대상도 아니었고요. 결국 파쇄해서 현장에 두는 걸로 끝났어요. 회수하려던 돈은 못 받고, 파쇄 비용은 따로 나갔습니다.
액수로 치면 몇백만 원 수준이라 계약을 무를 만한 일은 아니었어요. 다만 이런 게 사업비 계산에서 통째로 빠져 있으면, 나중에 다른 데서 티가 납니다.
산림소유자한테는 방제 의무도 있습니다. 벌채·소각·파쇄 명령이 나오면 따라야 하고요. 비용은 예산 범위에서 지원받을 수 있게 돼 있는데, 전액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서산은 명단에 없는데, 그게 안심할 일은 아니에요
이번 산림청 발표에서 이름이 올라간 곳은 태안·보령·청양·서천입니다. 서산은 빠져 있어요.
서산 임야 보시는 분들이 이 대목에서 안도하시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매개충은 행정경계를 안 지키거든요. 태안하고 서산은 지곡·팔봉 쪽으로 그냥 붙어 있습니다.
다니면서 본 걸로 읍면을 정리하면 이런 그림이에요. 어디까지나 답사 다니며 눈으로 본 인상이고, 공식 지정 현황은 각 시·군 공고를 봐야 합니다.
| 지역 | 소나무 낀 산의 성격 | 임야 살 때 볼 것 |
|---|---|---|
| 태안 안면읍 | 안면송 군락, 해송림 밀도 최고 | 반출금지구역 여부 거의 필수 확인 |
| 태안 소원·근흥면 | 해안 야산에 곰솔 많음 | 고사목 흔적, 훈증더미 유무 |
| 서산 팔봉·지곡면 | 낮은 야산, 소나무와 참나무 섞임 | 태안 접경이라 확산 경로에 놓임 |
| 서산 운산·해미면 | 내륙 쪽, 소나무 비중 상대적으로 낮음 | 급한 사안은 아니나 확인은 해두기 |
참나무 섞인 산이 오히려 마음 편한 시기가 온 셈인데, 몇 해 전만 해도 “소나무 좋은 산”이 값을 더 받았어요. 조망 좋고 그늘 좋고 분위기 나니까요. 판이 좀 바뀌었습니다.
서산 야산은 지분으로 쪼개 파는 물건도 자주 도는 곳입니다. 그 부분은 서산 야산 지분 매매 이야기에 따로 적어뒀어요.
해송이 없어지면 갯바람이 그대로 들어옵니다
이건 서해안 임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라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바닷가 임야를 사시는 분들은 보통 조망을 봅니다. 그런데 그 필지 앞뒤에 서 있는 곰솔이 실은 방풍림 노릇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서해 갯바람은 겨울에 정말 매섭습니다.
재선충으로 그 소나무가 정리되면 어떻게 되냐면, 조망은 확 트입니다. 대신 바람도 그대로 들어와요. 집 앉히고 나서 “겨울에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수종 전환 사업으로 다른 나무를 심긴 하는데, 그게 자라서 바람을 막아주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몇 년 단위로 봐야 해요.
그래서 해안가 임야를 보실 때는 지금 서 있는 소나무가 앞으로도 서 있을 나무인지를 한 번 물어보셔야 합니다. 갯바람 이야기는 서해 오션뷰와 갯바람 편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계약서 쓰기 전에 이 순서로 확인하세요
어렵지 않습니다. 반나절이면 다 됩니다.
| 순서 | 확인할 것 | 어디서 |
|---|---|---|
| 1 |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 지정 여부 | 태안군청·서산시청 산림 부서 공고 / 전화 문의 |
| 2 | 필지 안 임목 구성(소나무 비중) | 임업정보 다드림 |
| 3 | 용도지역·산지 구분, 개발 가능성 | 토지이음 |
| 4 | 감염 의심목 확인 신청 | 정부24 재선충병 감염여부 확인 |
| 5 | 현장에서 고사목·훈증더미 눈으로 | 직접 걸어서 |
다섯 번째가 제일 중요합니다. 서류에 안 나오는 게 산에는 서 있거든요.
훈증더미는 알아보기 쉬워요. 파란색이나 흰색 방수포를 덮고 끈으로 묶어놓은 무더기입니다. 그게 있으면 그 일대는 이미 방제가 들어간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붉게 마른 나무는 계절을 보고 판단하세요. 봄여름에 붉으면 죽은 겁니다. 재선충 말고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만, 올해 이 지역에서는 일단 의심하고 확인하는 쪽이 맞습니다.
임야 답사를 어떻게 도는지는 경매로 받은 땅 현장 확인 이야기에도 겹치는 대목이 있으니 같이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면 안 되는 걸까요
그런 얘기는 아닙니다.
재선충이 났다고 땅이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지목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개발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반출금지구역도 방제가 끝나면 해제됩니다.
다만 계산에 넣어야 할 항목이 하나 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벌채한 소나무를 못 팔 수 있다는 것, 파쇄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것, 방제 작업 일정과 내 공사 일정이 겹칠 수 있다는 것. 이 세 가지요.
반대로 이걸 알고 들어가면 협상 여지가 생기기도 합니다. 파는 쪽도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산을 사는 건 나무를 같이 사는 일이잖아요. 나무 상태를 안 보고 사면, 나중에 그 나무가 비용이 되어 돌아옵니다. 붉은 나무 몇 그루가 보였다고 겁먹으실 필요는 없고, 그냥 확인 한 번 더 하시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