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이 묶이자 서산 야산 지분 전화가 다시 늘었습니다

어제 오후에 사무소로 전화가 한 통 왔어요. 다짜고짜 “사장님, 서산에 아주 좋은 임야가 나왔는데요” 하길래 잠자코 들어봤습니다. 인지면 쪽 야산인데 개발이 코앞이라 평당 25만 원이면 거저라고, 목돈 없어도 지분으로 5백만 원부터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서산에서 중개업 하는 사람한테 서산 야산을 팔겠다고 전화를 한 겁니다.

수화기 내려놓고 한참 웃었는데, 웃고 나니 뒷맛이 씁쓸했어요. 저야 그 산이 어디고 평당 얼마짜리인지 아니까 웃지만, 같은 전화가 서울 어느 은퇴하신 분 댁에도 갔을 테니까요. 그리고 시기가 공교롭습니다. 수도권 아파트가 줄줄이 묶인 게 바로 지난주거든요.

충남의 낮은 야산 능선이 겹겹이 이어지고 산자락 아래 농지와 저수지가 보이는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동탄이 11% 오르고 묶이기까지, 올여름 수도권 사정

순서만 간단히 짚을게요. 작년 10월에 서울 전역하고 경기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습니다(정책브리핑 발표). 그러자 규제를 비켜난 동네로 돈이 몰렸죠. 화성 동탄은 올해 상반기에만 아파트값이 11% 넘게 올라 전국 1등을 했어요.

결국 6월 30일에 동탄·용인 기흥·구리까지 추가로 묶였습니다. 7월 5일부터는 세 곳 합쳐 170㎢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에요. 이제 그 동네 아파트는 사려면 시청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면 2년을 실제로 살아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수도권 아파트 얘기라 서산하고 상관없어 보이죠. 그런데 묶인 물이 어디로든 새어 나가듯, 갈 곳 잃은 투자금을 노리는 전화 영업도 방향을 틉니다. 허가도 실거주 의무도 없는 곳, 그러면서 호재 기사가 검색되는 곳. 서산·태안 임야가 딱 그 자리에 있어요. 여기는 외지인이 야산을 사는 데 아무 허가가 필요 없거든요. 수도권이 크게 묶일 때마다 이런 전화가 한 차례씩 도는 걸, 저는 사무소에서 여러 번 겪었습니다.

그 전화가 파는 건 땅이라기보다 ‘지분’입니다

이런 영업을 흔히 기획부동산이라고 부르는데, 수법은 대개 비슷해요. 업체가 야산 하나를 통째로 삽니다. 서산 변두리 보전산지 같으면 평당 1~2만 원대에도 거래가 돼요. 그걸 수십 명, 심하면 수백 명 앞으로 지분을 쪼개서 평당 20~30만 원에 전화로 팝니다. 산 하나에서 열 배 넘게 남는 장사죠.

사는 분 입장에서 문제는 되팔 때 생깁니다. 등기부에 공유자로 이름은 올라가요. 그런데 내 지분 500평어치가 산의 어느 자리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울타리 칠 수도, 나무 한 그루 마음대로 벨 수도 없고요. 그 지분만 사줄 사람은 시장에 없다시피 합니다. 공유물분할 소송이라는 길이 있긴 한데, 수십 명을 상대로 소송해서 경매로 넘기면 손에 쥐는 건 산 값의 한참 아래예요.

몇 해 전 태안 원북면 임야 지분을 들고 사무소에 오신 분이 계셨어요. 9백만 원어치인데 등기부를 떼 보니 공유자가 마흔 명이 넘고, 땅은 공익용산지였습니다. 개발은커녕 나무도 함부로 못 베는 산이에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커피만 두 잔 내려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전화 끊고 10분, 세 군데만 열어보면 걸러져요

다행인 건 이런 물건은 서류 몇 장이면 정체가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전부 무료고, 집에서 됩니다.

확인처 볼 것 이런 게 보이면 끊으세요
인터넷등기소 등기부등본 갑구 공유자 수, 매도 업체가 언제 샀는지 공유자가 수십 명, 업체 취득이 몇 달 전
토지이음 용도지역, 행위제한 내용 보전산지·공익용산지·농림지역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같은 면 임야가 실제 얼마에 거래됐는지 부르는 값이 실거래의 몇 배

등기부는 주소만 알면 남의 땅도 7백 원에 열람돼요. 업체가 올봄에 평당 2만 원에 산 산을 여름에 25만 원에 권한다면, 그 차액이 어디로 가는지는 등기부가 말해줍니다.

서류가 다 괜찮아도 하나 더 있습니다. 지적도에서 도로에 붙어 있는지 보세요. 길이 없는 맹지 야산은 지분이 아니라 통째로 사도 쓸 데가 마땅치 않아요. 겨울에 직접 가보시면 더 좋습니다. 잎 떨어진 계절이라야 경사가 눈에 들어오거든요.

서해안 작은 포구에 어선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고 뒤로 낮은 산이 보이는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서산·태안에서 미끼로 쓰이는 호재 얘기들

이런 전화가 무서운 건, 근거로 대는 기사가 진짜라서예요. 요즘 단골로 등장하는 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서산공항이죠. 해미 쪽 예정지가 있는 건 사실인데, 공항 소식하고 실제 땅값이 따로 노는 사정은 지난번 공항 글에서 실거래로 보여드렸어요. 둘째가 가로림만입니다. 다리 얘기, 국가정원 얘기 다 사실이지만 갯벌 앞은 2016년부터 해양보호구역이라, 이것도 따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셋째가 요즘 새로 도는 성연면 산단이에요. 30년 캐던 폐석산 자리를 57만㎡ 산업단지로 바꾸는 계획이 올 5월에 승인 났고, 2028년까지 조성한다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산단이 되는 건 그 석산 부지지, 옆 능선 야산까지 공장이 되는 게 아니에요. “산단 옆 땅”이라는 말에는 그 옆이 몇 백 미터인지, 용도지역이 뭔지가 빠져 있습니다.

호재 기사 대는 전화를 받으시면 이렇게 물어보세요. “그 지번이 사업 구역 안에 들어가나요?” 열에 아홉은 대답이 흐려집니다.

야산은 죄가 없어요

오해는 마셨으면 합니다. 임야가 나쁜 물건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도로 붙은 완경사 계획관리 임야는 서산에서도 꾸준히 찾는 사람이 있고, 실제로 창고 짓고 나무 심어 잘 쓰는 분들을 여럿 압니다. 산은 그대로예요. 문제는 사는 방식입니다. 전화로, 지분으로, 남이 정해준 값에 사는 방식이요.

땅은 원래 발품이 서류보다 먼저인 물건입니다. 전화가 권한 땅이 정말 궁금하시면 일단 지번부터 물어서 위에 적은 세 군데를 열어보시고, 그래도 마음이 가면 서산에 한번 내려오세요. 그 산 앞까지 같이 가서 보면, 계약서 쓸 땅인지 전화 끊을 땅인지는 대개 산이 먼저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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