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임야에 묘가 있으면, 누가 옮기고 누가 돈을 내나요

지난달에 태안 근흥 쪽 임야를 계약한 분이 잔금 이틀 전에 전화를 주셨어요. 그날 처음으로 산 위쪽까지 올라가 봤는데 봉분이 셋 있더랍니다.

매도인한테 물었더니 “옛날 동네 어른들 묘라 곧 치운다”는 대답만 돌아왔대요. 그 ‘곧’이 언제냐고 되물으니 말이 없었다고 하고요.

이 장면, 서산·태안에서 임야 보러 다니다 보면 유난히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대부분 계약서를 쓰고 나서야 알아차려요.

서산 운산면 야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임야와 논밭, 먼 산줄기
사진: 한국관광공사

서산·태안 산은 묘가 없는 쪽이 오히려 드물어요

이유가 있습니다. 이 동네는 평평한 땅이 죄다 농지로 나갔어요. 간척으로 늘어난 땅까지 다 논이 됐으니, 마을 사람들이 조상을 모실 자리로 남은 건 뒷산 야산뿐이었죠.

부석면, 팔봉면, 지곡면, 근흥면 어디든 비슷합니다. 문중 산이 아닌데도 봉분이 서너 기씩 흩어져 있는 경우가 흔해요.

문제는 눈에 잘 안 띈다는 겁니다. 오래된 봉분은 세월에 깎여서 무릎 높이도 안 되게 낮아져요. 여름에 올라가면 칡이랑 잡목에 덮여 그냥 흙무더기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임야 보러 오시는 분들한테 늘 같은 얘기를 해요. 낙엽 지고 나서 한 번 더 올라가 보시라고요. 11월부터 3월 사이가 가장 잘 보입니다. 위성지도나 로드뷰로는 절대 안 잡혀요. 나무 밑은 안 찍히니까요.

임야 답사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은 태안 임야 재선충 확인하는 법 글에도 정리해 뒀으니 같이 보셔도 좋겠습니다.

2001년 1월 13일, 이 날짜 하나로 갈립니다

묘가 있다고 다 같은 묘가 아닙니다. 언제 쓴 묘냐에 따라 내가 옮기라고 할 수 있는지가 완전히 달라져요.

기준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1년 1월 13일입니다.

유형 어떤 경우 땅 주인이 옮기라고 할 수 있나
승낙형 당시 땅 주인 허락받고 설치 못 합니다
양도형 제 땅에 묘 쓰고, 이장 특약 없이 땅만 판 경우 못 합니다
시효형 2001년 1월 13일 이전 무단 설치 + 20년 넘게 평온하게 유지 못 합니다
그 외 2001년 1월 13일 이후 승낙 없이 설치 할 수 있습니다

앞의 세 가지가 분묘기지권입니다. 남의 땅이라도 묘를 유지할 수 있는 권리예요. 등기부에 안 나옵니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도 안 나오고요. 서류로는 못 걸러냅니다.

다만 2021년에 대법원 판단이 한 번 정리됐어요.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얻은 경우라도, 땅 주인이 지료를 청구하면 청구한 날부터는 돈을 내야 한다고 봤습니다. 양도형은 아예 권리가 생긴 때부터 지료 의무가 있고요.

그러니까 묘를 못 옮기는 땅이라도 완전히 손 놓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지료를 받겠다고 소송까지 가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실제로 그 길을 끝까지 간 분은 제가 아는 범위에선 거의 없습니다.

서산 운산면 언덕에서 본 시골 마을과 논, 뒤로 낮은 야산
사진: 한국관광공사

연고자를 못 찾으면 시계가 3개월부터 돕니다

2001년 이후에 무단으로 쓴 묘라서 옮길 수 있다 쳐도, 삽 들고 바로 올라가면 안 됩니다. 형사 문제가 생겨요.

연고자를 아느냐 모르느냐로 절차가 갈립니다.

구분 해야 할 일 걸리는 시간
연고자를 아는 경우 3개월 전 미리 알리고 개장 신고 3개월 이상
연고자를 모르는 경우 시군 홈페이지 + 일간신문에 공고 2회 이상
(2차 공고는 1차로부터 40일 지난 뒤)
3개월 이상
무연분묘 개장허가 공고 끝나고 시장·군수에게 허가 신청 지자체 처리기간 별도

공고를 신문에 내야 한다는 대목에서 다들 놀라십니다. 인터넷 게시만으로는 안 돼요. 신문 광고비도 따로 나갑니다.

절차는 정부24 개장 신고·허가 안내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서산시청과 태안군청 모두 담당 부서에 미리 전화해 보시는 편이 빠릅니다. 필요한 서류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달라요.

파묘보다 화장장 예약이 더 걸릴 때가 있어요

서산에도 태안에도 화장시설이 없습니다. 홍성추모공원까지 가셔야 해요.

여기가 서산·태안 분들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홍성추모공원은 하루 네 번만 돌아갑니다. 08시, 10시, 13시 20분, 15시 30분. 이 자리를 일반 장례하고 같이 나눠 씁니다.

개장한 유골 화장은 급한 일이 아니니까 예약이 밀려요. 명절 앞뒤나 봄가을 이장 성수기엔 며칠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서 예약하시면 됩니다.

항목 금액 메모
개장유골 화장 (인접지역) 30만 원 홍성 뺀 충남 거주자. 서산·태안이 여기
개장유골 화장 (관외) 40만 원 충남 밖 거주자
파묘 작업 기당 100만 원 내외 2인 작업 기준, 중장비 없을 때
봉안 시설별로 큰 차이 서산시 희망공원 등 공설은 자격 요건 확인 필요

화장료는 홍성추모공원 이용안내 기준입니다.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예약할 때 다시 확인하세요.

파묘 비용이 100만 원 내외라는 건 진입로가 있을 때 얘기예요. 서산·태안 야산은 임도가 안 난 데가 많습니다. 장비가 못 올라가면 사람이 지고 내려와야 해요. 그럼 인건비가 확 뜁니다. 봉분 셋이면 300만 원 넘어가는 것도 봤어요.

계약서 한 줄이 몇백만 원을 정합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입니다. 처음 얘기한 근흥 임야 건도 결국 특약에서 갈렸어요.

가장 흔한 함정은 이겁니다. 매도인이 연고자가 아니면 매도인도 그 묘를 못 옮깁니다. “치워드릴게요”라고 말은 하지만 남의 조상 묘를 무슨 수로 치우겠어요. 결국 그 짐이 매수인한테 넘어옵니다.

특약은 이 정도까지 적어두시는 게 좋습니다.

  • 산 안에 있는 분묘 기수를 숫자로 못 박기 (“분묘 3기”처럼요)
  • 잔금일 전까지 매도인 비용과 책임으로 개장·이전 완료
  • 개장허가증 또는 개장신고필증, 화장증명서 사본을 매수인에게 제출
  • 기한 안에 못 하면 잔금 일부를 개장 완료 시까지 유보
  • 계약 후 새로 발견되는 분묘가 있으면 그 처리 비용도 매도인 부담

마지막 줄이 중요합니다. 잡목에 덮여 안 보이던 봉분이 겨울에 하나 더 나오는 일, 생각보다 자주 있어요.

경매로 받는 땅은 이 특약을 넣을 상대가 아예 없습니다. 낙찰받고 나서 통째로 떠안는 구조라, 현장 확인이 훨씬 더 중요해요. 서산·태안 땅 경매에서 현장이 왜 중요한지도 참고해 보세요.

보상 나올 땅이면 셈법이 또 달라져요

대산이나 지곡 쪽, 도로 편입 예정지처럼 공익사업이 걸린 땅은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보상 항목에 분묘 이전비가 따로 잡혀요.

그런데 그 돈은 묘의 연고자에게 갑니다. 땅값 보상과는 별개 항목이에요. 이걸 땅 주인 몫으로 착각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분들이 계신데, 나중에 실망하십니다.

반대로 보면, 보상이 예정된 땅에 있는 묘는 연고자가 먼저 나타나기도 해요. 그동안 연락 안 되던 분들이 그때는 연락이 됩니다.

언제 올라가 보시라고요?

계약 전에요. 그리고 낙엽 진 뒤에.

여름에 한 번 보고 마음에 든다고 계약서부터 쓰지 마세요. 겨울에 다시 올라가서 산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데 30분이면 됩니다. 그 30분이 몇백만 원짜리입니다.

묘가 있다고 그 땅이 나쁜 땅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서산·태안에선 워낙 흔한 일이라 그것만으로 거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알고 계약하는 것과 모르고 계약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죠.

산에서 봉분 비슷한 걸 보셨는데 판단이 안 서면, 사진 찍어서 들고 오세요. 서산 팔봉에서 오래 봐온 눈으로 같이 봐드리겠습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안내입니다. 개별 사안은 분묘 설치 시점과 점유 상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니, 다툼이 있는 경우 법률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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