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빈집 483채인데 태안 빈집 게시판엔 1건뿐입니다

지난주 사무소로 걸려 온 전화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서산에 빈집이 483채라던데 그중에 하나 살 수 있느냐고요.

어디서 보셨냐고 여쭤보니 뉴스에서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맞는 숫자입니다. 서산시가 직접 발로 뛰어 세어 놓은 숫자예요.

그런데 그 483채가 어느 마을 어느 집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 글은 그 사이에 뭐가 끼어 있는지 적어 본 겁니다.

768채를 돌아보고 483채가 남았습니다

서산시는 2025년 4월부터 12월까지 여덟 달 동안 빈집으로 추정되는 건축물 768개소를 하나하나 확인했어요. 그중 실제 빈집으로 확정된 게 483개소입니다. 나머지는 사람이 살고 있었거나 이미 헐렸거나였고요.

확정된 빈집은 등급으로 나뉩니다. 이 등급이 나중에 시가 어떤 손을 대느냐를 정해요.

등급 상태 서산 개소 시가 잡은 방향
1등급 활용 가능 157 리모델링 후 임대, 빈집은행 연계
2등급 정비 필요 287 활용 유도 + 소유자 자발적 안전조치
3등급 철거 대상 39 철거 중심

보시면 아시겠지만 절반 이상이 2등급이에요. 헐 정도는 아닌데 그냥 들어가 살 수도 없는 상태. 시골 빈집 시장의 실제 얼굴이 이 287이라는 숫자에 다 들어 있습니다.

서산 운산면 일대의 낮은 구릉과 초지, 멀리 겹겹이 이어지는 산 능선
사진: 한국관광공사

운산면, 동문동, 대산읍에서 유독 늘었어요

1년 사이 빈집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운산면 67호, 동문동 62호, 대산읍 45호였습니다.

이 셋이 나란히 붙어 있으니까 비슷해 보이는데, 현장에서 보면 성격이 전혀 달라요.

운산은 전형적인 내륙 농촌입니다. 어르신 한 분이 사시다가 요양병원 가시거나 자녀 계신 도시로 올라가시면 그대로 비어요. 논밭은 남의 손에 임대로 넘어가고 집만 남는 구조라 마당에 풀이 허리까지 오는 집이 꽤 됩니다.

동문동은 시내 구도심이에요. 여긴 농촌 빈집이 아니라 좁은 골목 안쪽 단독주택이 비는 겁니다. 아파트로 옮겨 간 자리죠. 대지가 작고 진입 폭이 좁아서 새로 짓기가 애매한 집들이 많아요.

대산읍은 산업단지 배후라 사정이 또 달라요. 사람이 없어서 비는 동네가 아닌데도 빈집이 늡니다. 오래된 단층 주택이 세를 못 받고 비는 경우가 섞여 있어요.

그래서 같은 서산 빈집이라도 운산 물건 보러 갈 때랑 동문동 물건 보러 갈 때 챙겨 가는 질문이 달라집니다. 운산은 농지와 진입로, 동문동은 대지 모양과 도로 폭이에요.

등급표는 나왔는데 주소는 안 나옵니다

여기서 대부분 막히세요. 483채라는 숫자는 공개되는데 그 집이 어디인지는 공개가 안 됩니다. 개인 재산이고 소유자 동의 없이 내놓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럼 공식 통로가 아예 없느냐. 있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통로가 얼마나 헐렁한지를 한번 보실 필요가 있어요.

태안군은 군청 홈페이지에 빈집정보 게시판을 운영합니다. 읍면, 지목, 매매냐 임대냐까지 검색이 되게 만들어 뒀어요. 제가 이 글 쓰면서 다시 들어가 봤는데 올라온 물건이 안면읍 창기리 대지 582㎡ 한 건이었고, 그것도 거래완료 표시가 붙어 있었습니다.

시스템이 없는 게 아니라 소유자가 안 올리는 거예요.

정부도 이걸 알아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빈집은행을 돌리고 있습니다. 소유자 동의를 받아 네이버부동산이나 다방 같은 민간 플랫폼에 빈집을 올려 주는 사업인데, 시범 대상이 전국 18개 지자체고 충남에서는 예산과 홍성이 들어갔어요. 서산과 태안은 빠져 있습니다.

전국 단위로는 한국부동산원이 빈집애라는 통합 시스템을 열어 놨는데, 여기도 소유자가 동의한 물건만 매물로 뜹니다. 통계 보기엔 좋고 집 찾기엔 아직 얇아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이렇게 찾습니다

웃기게 들리실 텐데 지금도 제일 빠른 건 이장님입니다.

마을에 어느 집이 몇 년째 비어 있고 자녀분이 어디 사는지는 이장님과 마을회관 어르신들이 다 알고 계세요. 면사무소 산업팀 귀농귀촌 담당자가 연결해 주는 경우도 있고요.

다만 여기서 진짜 벽은 따로 있습니다. 소유자를 찾아도 등기가 안 넘어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님 명의 그대로 20년 넘게 놔둔 집. 형제가 넷인데 한 분은 연락이 끊긴 집. 이런 게 흔합니다. 매수 의사를 전해도 상속 정리부터 몇 달이 걸려요. 서산·태안 상속 부동산에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상속받은 논밭 편에 따로 정리해 뒀습니다.

그러니까 빈집 찾기는 집 찾기보다 사람 찾기에 더 가깝습니다.

하루에 세 곳 보고 온 날

올해 봄에 귀촌 준비하시는 분과 하루 동안 빈집 세 곳을 돌았어요. 세 집 다 마을에서는 쓸 만하다고 하던 집이었습니다. 돌아보고 나서 정리한 표가 이랬어요.

확인 항목 내륙 면 소재지 근처 바닷가 마을 시내 구도심
지붕 슬레이트, 석면 조사 필요 기와, 용마루 벌어짐 슬래브, 옥상 방수 들뜸
상수도 마을 상수도 인입 있음 지하수, 수질검사 미상 시 상수도
정화조 있으나 위치 불명 재래식 단독정화조
진입로 농로, 폭 3m 남짓 마을 안길 사도 골목 2.5m
등기 정리됨 부친 명의 그대로 정리됨
바로 살 수 있나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세 곳 다 마지막 줄이 같았습니다. 마을에서 쓸 만하다고 하는 집도 실제로는 손을 봐야 들어가요. 그날 나온 이야기 중에 제일 실감 났던 게 정화조였는데, 어디 묻혀 있는지 아무도 몰라서 마당을 파 봐야 안다고 했거든요.

고치는 데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집값보다 그쪽이 커지는 경우가 있어서 서산 빈집 수리비 편에 따로 적어 뒀습니다.

서산 대산읍 웅도 앞 갯벌에 물이 빠져 어선이 놓여 있고 뒤로 바닷가 마을 집들이 보이는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바닷가 쪽 빈집은 한 가지를 더 봅니다

팔봉, 부석, 지곡 그리고 태안 소원 쪽 빈집을 볼 때는 항목이 하나 더 붙어요. 염해입니다.

바다에서 직선으로 1km 안쪽에 오래 비어 있던 집은 손대는 자리가 다릅니다. 창호 레일이 먼저 삭고, 외벽에 박힌 앵커나 처마 물받이 철물에 붉은 물이 흘러내려요. 보일러 배관과 실외기가 있는 집이면 그 뒤쪽도 한번 보셔야 하고요.

사람이 사는 집은 계속 닦고 갈아 주니까 티가 덜 나는데, 비어 있던 집은 그 몇 년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바닷가 집 볼 때 서해 갯바람이 뭘 하는지는 오션뷰 편에서 한 번 다룬 적 있어요.

진입로도 내륙과 셈이 다릅니다. 대산읍 웅도처럼 물때에 따라 길이 잠기는 동네가 서산에 실제로 있어요. 집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삿짐 트럭이 언제 들어갈 수 있느냐는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10월에 계획이 확정되고, 그다음이 진짜입니다

서산시는 올해 3월 착수보고를 시작으로 2026년 빈집 정비계획을 짜고 있고, 10월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에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어떻게 손볼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올해만 놓고 보면 예산 9억 원 남짓으로 64동을 정비하는 중이고요.

서산시 주택과에서는 빈집 문제를 두고 “도시미관뿐 아니라 안전과 생활환경, 지역 활력과도 직결”된다고 했습니다. 철거만 하는 게 아니라 헐린 자리를 주차장이나 쉼터로 돌리는 모델도 같이 보고 있어요.

이 대목에서 소유자 입장도 짚고 넘어갈게요. 시골 빈집을 그냥 두시는 분들 사정을 들어 보면 철거비도 부담이지만 세금 걱정이 더 큽니다. 집이 헐리면 그 땅이 나대지가 되면서 재산세 계산이 달라지거든요.

이 부분은 부담을 덜어 주는 장치가 지방세 쪽에 마련돼 있는데, 인정 기간이나 요건이 손질돼 온 항목이라 연도별로 다릅니다. 헐기 전에 시청 세무부서에 그해 기준을 직접 물어보시는 게 맞아요. 철거 지원금도 지자체마다 한도가 달라서 주택과 확인이 먼저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예요

숫자는 공개됐고, 주소는 안 나오고, 공식 통로는 아직 얇습니다.

그래서 서산이나 태안 빈집을 보고 계신다면 순서를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먼저 어느 읍면에 살고 싶은지를 정하세요. 운산과 동문동과 팔봉은 같은 서산이지만 사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다음에 그 동네 이장님과 면사무소에 얼굴을 한번 비추시고요.

물건을 만나면 등기부부터 떼 보세요. 소유자가 살아 계신지, 형제 이름이 몇인지가 계약까지 걸리는 시간을 거의 다 정합니다.

그리고 1등급이라는 말에 너무 기대지 마세요. 그건 헐지 말지를 정하려고 시가 매긴 등급이지, 오늘 들어가 잘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에요.

서산·태안 빈집이나 시골집 보시다가 판단이 서지 않으실 때는 010-6548-8070로 편하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어느 동네인지만 말씀하셔도 대충 어떤 상태일지는 감이 옵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