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 책상에 견적서 두 장을 나란히 놓고 본 적이 있어요. 같은 시공사, 같은 30평 경량목조, 평당 750만 원. 한 장은 서산 음암면 구릉지 밭이었고 다른 한 장은 태안 원북면 바닷가 쪽 땅이었습니다.
두 집 다 지금은 사람이 살아요. 그런데 준공하고 나서 두 분이 실제로 쓴 돈은 꽤 달랐습니다. 음암 쪽은 견적에서 1,200만 원쯤 더 들었고 원북 쪽은 4천만 원 가까이 더 들었어요.
시공사가 속인 건 없었습니다. 서산·태안 전원주택 건축비는 견적서에 적힌 평당 단가보다 그 땅이 어떤 땅이냐에서 더 크게 벌어지더라고요. 오늘은 그 얘기를 땅 종류별로 해보려고 해요.

평당 750만 원에 들어 있는 것, 빠져 있는 것
요즘 상담 오시는 분들이 들고 오는 견적은 경량목조가 평당 550~750만 원, 철근콘크리트가 650~900만 원 사이에 많이 몰려 있어요. 마감 수준에 따라 그 위로도 올라가고요.
이 숫자는 대개 “평평하고 단단한 땅 위에, 차가 바로 닿는 자리에 짓는다”는 전제로 나온 겁니다. 견적서 맨 뒷장 별도 항목을 보시면 토목, 지반 보강, 인입, 조경이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앞에서 말씀드린 두 집을 항목별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금액은 두 분께 허락받고 백만 원 단위로 뭉뚱그렸어요.
| 항목 | 음암면 구릉지 밭 | 원북면 바닷가 땅 |
|---|---|---|
| 본체(30평 × 750만 원) | 2억 2,500만 원 | 2억 2,500만 원 |
| 기초·지반 추가 | 없음 | 1,300만 원 |
| 절토·석축 | 1,200만 원 | 없음 |
| 염해 대비 자재 변경 | 없음 | 800만 원 |
| 창호 등급·데크 구조 보강 | 없음 | 700만 원 |
| 운반·소량 타설 할증 | 없음 | 400만 원 |
| 배수·마당 정리 | 견적 포함 | 800만 원 |
| 견적 대비 추가분 | 1,200만 원 | 4,000만 원 |
전기·수도·정화조 인입비는 여기서 뺐어요. 그건 서산 시골 땅 전기랑 물값 글에 따로 적어뒀고 밭을 대지로 바꾸는 비용은 농지전용 비용 글에서 다뤘습니다. 오늘은 집 짓는 공사에서 땅 때문에 붙는 돈만 봅니다.
서산 황토 구릉에서는 흙 깎는 값이 먼저 나와요
팔봉, 지곡, 성연, 음암 쪽은 낮은 구릉에 붉은 황토가 덮인 땅이 많아요. 지반 자체는 대체로 단단한 편이라 기초에서 속 썩는 일은 드뭅니다.
대신 경사가 문제예요. 밭으로 쓸 때는 비스듬해도 상관없었는데 집을 앉히려면 평평한 자리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깎고 그 깎은 면을 석축이나 보강토 옹벽으로 받쳐야 합니다.
제가 본 견적들로는 높이 2m, 길이 30m쯤 쌓는 데 1천만 원 안팎이 나왔어요. 돌 종류와 장비 진입 여건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음암 그 집이 딱 이 경우였어요.
법도 걸립니다. 50cm 넘게 깎거나 돋우면 개발행위허가 대상이고 옹벽 높이가 2m를 넘으면 공작물 축조신고를 따로 해야 해요. 설계사무소에서 건축신고와 묶어 처리해 주는데 그 비용이 견적에 들어 있는지는 물어보셔야 합니다.
황토는 한 가지가 더 있어요. 비가 오면 진창이 됩니다. 장마철에 터파기를 잡았다가 레미콘 차가 못 올라와서 열흘을 그냥 보낸 현장을 지곡에서 봤어요. 인건비는 그 열흘에도 나갑니다. 이 동네 구릉지는 봄이나 가을 착공이 속 편해요.
간척지 옆 논자리는 땅속부터 확인합니다
부석면 창리·간월도 방면, 태안 남면과 태안읍 남쪽, 대산 대호지 쪽에는 간척지와 맞닿은 땅이 많아요. 지금은 멀쩡한 밭이나 대지로 보여도 몇십 년 전에는 갯벌 가장자리였던 자리가 섞여 있습니다.
이런 땅은 겉흙 아래에 뻘층이 남아 있을 수 있어요. 그 위에 일반 줄기초로 집을 올리면 몇 해 지나 한쪽이 내려앉습니다. 부석면에서 지은 지 6년 된 집 현관 타일이 대각선으로 갈라진 걸 본 적이 있는데 원인이 그거였어요.
| 확인 방법 | 대략 비용 | 알 수 있는 것 |
|---|---|---|
| 국토지반정보 포털 열람 | 무료 | 주변 도로·공공 공사 때 뚫어본 시추 기록 |
| 굴착기로 시험 터파기 | 장비 반나절 값 | 2~3m 깊이까지 흙 상태, 물 나오는 깊이 |
| 간이 지반조사 | 50~150만 원 | 기초 형식 판단에 쓸 지내력 |
| 시추 조사 1공 | 250만 원 안팎 + 장비 운반비 | 뻘층 두께, 단단한 층이 나오는 깊이 |
뻘층이 확인되면 매트기초로 바꾸거나 파일을 박아야 하고 주택 규모에서도 5백만 원에서 1,500만 원 이상이 더 들어갑니다. 조사비 250만 원이 아까워 보여도 계약 전에 써야 하는 돈이에요. 땅값 흥정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요.
국토지반정보 포털은 꼭 한번 열어보세요. 내 필지 자료는 없어도 근처 농로나 방조제 공사 때 시추한 기록이 지도에 찍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태안 모래땅은 단단한데, 물이 얕아요

원북 신두리, 소원 만리포·천리포, 남면 몽산포 뒤쪽은 모래 지반입니다. 오래된 사구 위에 솔밭과 밭이 얹혀 있는 땅이에요.
모래는 잘 다져져 있으면 집 한 채 무게는 넉넉히 받아요. 뻘땅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런데 원북 그 집에서 1,300만 원이 더 들어간 이유는 물이었어요.
터를 1m 남짓 팠더니 물이 비쳤습니다. 바닷가 모래땅은 지하수위가 얕은 데가 많아요. 판 자리 벽이 자꾸 무너져서 흙막이를 대야 했고 기초를 넓은 매트 형식으로 바꿨습니다. 정화조도 빈 통일 때 물에 떠오르지 않게 콘크리트로 눌러 묻었어요.
모래땅을 보러 가실 때는 큰비 온 며칠 뒤에 한 번 더 가보세요. 마당 낮은 데 물이 고여 있는지 옆집 정화조 뚜껑이 땅 위로 솟아 있는지 보면 짐작이 됩니다. 동네 어르신께 “여기 우물 몇 자 파면 물 나와요?” 하고 여쭤보는 게 제일 빠르고요.
이 일대는 태안해안국립공원 구역과 겹치는 필지도 있어서 지을 수 있는 땅인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그 얘기는 국립공원 안 땅 글에 적어뒀어요.
바다를 정면으로 보는 자리는 자재 등급이 올라갑니다
이원면 만대 쪽, 근흥 신진도 방면, 대산 황금산 아래, 팔봉 호리 끝자락. 겨울 북서풍을 그대로 받는 자리들이에요.
여기서는 내륙 표준 사양 그대로 지으면 3~4년 안에 티가 납니다. 외벽 피스에서 녹물이 흘러내리고 창호 손잡이와 경첩이 뻑뻑해져요. 처음부터 바꿔 넣는 게 싸게 먹힙니다.
| 부위 | 내륙 표준 | 바닷가에서 바꾸는 것 |
|---|---|---|
| 외부 피스·철물 | 아연도금 | 스테인리스(가능하면 316 등급) |
| 지붕·후레싱 | 일반 컬러강판 | 불소 도장 강판이나 알루미늄 계열 |
| 창호 | 일반 등급 하드웨어 | 내풍압 등급 높은 제품, 스테인리스 하드웨어 |
| 데크·난간 | 각관 용접 후 도장 | 용융아연도금 구조재나 알루미늄 |
| 실외기·보일러 | 외벽 노출 | 바람 등진 면에 가림벽 |
원북 집은 이 변경에 자재값만 800만 원, 창호와 데크 구조에 700만 원이 더 들어갔습니다. 30평 집에 1,500만 원이면 평당 50만 원이 얹힌 셈이에요.
구조 계산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건축구조기준의 지역별 기본풍속이 서해안은 내륙보다 높게 잡혀 있어서 같은 도면을 내륙 현장에서 가져와도 창 크기나 지붕 고정 방식을 다시 봐야 해요. 통창을 크게 내고 싶으신 분일수록 이 대목에서 돈이 붙습니다. 갯바람이 살면서 하는 일은 서해 갯바람 글에 따로 있어요.
읍내에서 멀어질수록 붙는 운반비
레미콘은 비비기 시작해서 90분 안에 부어야 하는 재료예요. 공장이 멀면 그것부터 걸려요.
안면도 남쪽 끝 고남면이나 이원면 만대처럼 읍내에서 30km 넘게 들어가는 곳은 운반비가 붙고 주택 한 채 분량처럼 물량이 적으면 소량 할증까지 더해져요. 펌프카도 하루 값으로 부르는데 오가는 시간이 길면 그만큼 비쌉니다.
사람도 그래요. 서산 시내나 태안읍에서 출퇴근하는 목수팀이 먼 현장은 잘 안 가려고 합니다. 가더라도 숙식비를 얹어요. 고남 쪽은 보령해저터널이 뚫린 뒤로 보령 업체에서 견적을 받는 분들도 생겼어요.
| 지역 | 흔한 지반 | 견적 밖에서 먼저 볼 것 |
|---|---|---|
| 서산 팔봉·지곡·성연·음암 | 황토 구릉 | 절토·석축, 우기 공사 지연 |
| 서산 부석·대산 간척지 주변 | 매립·뻘층 가능 | 지반조사, 기초 변경 |
| 태안 원북·소원·남면 해안 | 모래, 얕은 지하수 | 흙막이, 정화조 부상 방지, 염해 사양 |
| 태안 이원·근흥 끝자락 | 암반 섞인 구릉 | 바람 대비 사양, 운반 할증 |
| 안면읍·고남면 | 모래와 황토 혼재 | 운반 거리, 인력 숙식비 |
같은 면 안에서도 필지마다 다르니 이 표는 어디부터 의심할지 정하는 용도로만 보세요.
견적 받기 전에 정해둘 순서
상담하면서 제가 권하는 순서는 이래요.
- 땅 계약 전에 굴착기 반나절 불러서 두세 군데 파본다. 매도인 동의는 받아야 합니다.
- 간척지 옆이거나 물이 얕게 나오면 지반조사를 잔금 전에 넣는다.
- 시공사 두 곳 이상에 같은 도면을 주고 별도 항목(토목·지반·인입·조경)을 따로 적어 달라고 한다.
- 바닷가 500m 안쪽이면 염해 사양을 견적 단계에서 지정한다. 공사 중에 바꾸면 더 비쌉니다.
- 본체 견적의 15~20%를 예비비로 따로 묶어둔다. 원북 집은 18%가 나갔어요.
직접 지으려는 분께 드릴 말씀도 있어요. 건설산업기본법 제41조에 따라 연면적 200㎡를 넘는 집은 건축주 직영으로 못 짓고 건설사업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200㎡ 이하라 직영이 되더라도 현장관리인은 지정해야 하고요.
작은 단독주택도 건축법 시행령 제32조의 구조안전 확인 대상이에요. 착공신고 때 확인서를 내야 하니, “시골이라 그냥 지으면 된다”는 말은 이제 안 통합니다.
평당 단가는 시공사가 정하지만 그 위에 얹히는 돈은 땅이 정해요. 땅을 고르는 단계에서 삽 한 번 떠보는 게 견적서 열 장 받는 것보다 낫습니다. 서산·태안 땅 보시다가 여긴 뭘 먼저 봐야 하나 싶으면 편하게 물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