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진흥구역 논에 농업인주택 지으려면 세대 수입표부터 꺼내 보세요

지난달 사무소에 부부 한 분이 오셨어요. 운산면 쪽 논 1,500평을 보고 왔는데, 한쪽 귀퉁이에 집을 지어 살면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요. 토지이음을 같이 열어 보니 그 논은 농업진흥구역이었습니다.

진흥구역 논에도 집은 지을 수 있어요. 다만 들어설 수 있는 건 법이 정한 농업인주택 하나뿐입니다. 그리고 이 농업인주택은 땅을 보기 전에 세대 수입표부터 따져 봐야 하는 집이에요.

그날 상담은 결국 남편분 퇴직 연금 얘기로 넘어갔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서산·태안에서 이 집을 지으려는 분들이 어디서 많이 막히는지 순서대로 적어 볼게요.

진흥구역 논에 허락되는 집은 농업인주택 하나

누렇게 익은 가을 논과 저수지 너머로 낮은 산 아래 들녘 마을이 펼쳐진 충남 농촌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농업진흥구역은 농사짓는 땅으로 묶어 둔 곳이라 건물이 거의 안 들어섭니다. 그런데 농사짓는 사람이 들 가까이 살 집까지 막을 수는 없으니, 예외로 열어 둔 게 농업인주택이에요.

요건은 농지법 시행령 제29조 제4항에 세 가지로 나와 있습니다. 셋 다 맞아야 해요.

요건 조문 내용(요약) 서산·태안 상담에서 자주 걸리는 지점
① 누가 짓나 농업인 1명 이상이 있는 세대의 세대주. 세대 농업 수입이 연간 총수입의 1/2 초과이거나, 세대원 노동력의 1/2 이상이 농업에 종사 연금·근로소득이 있는 귀농 세대
② 얼마나 주택과 창고·축사 같은 부속 시설을 합친 부지가 세대당 660㎡(약 200평) 이하. 별장·고급주택은 제외 마당을 넓게 잡으려다 면적 초과
③ 어디에 농사짓는 농지가 있는 읍·면, 또는 그 읍·면과 붙어 있는 읍·면 “서산 안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

①번에는 숨은 조건이 하나 더 있어요. 세대에 농업인이 한 명은 있어야 하니, 1,000㎡ 이상 직접 경작하거나 1년에 90일 이상 농사를 짓는 사실을 먼저 만들어 둬야 합니다. 귀농 첫해에 땅만 사 놓고 바로 집부터 짓겠다고 하면 이 순서가 꼬여요. 등록 순서는 농업경영체와 농지대장 순서 정리한 글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세대 수입표, 대산 공장 다니는 아들이 있으면

①번 요건이 서산에서 유독 자주 걸리는 이유가 있어요. 대산 석유화학단지 덕분에 시골 세대에도 월급 받는 식구가 한 명쯤은 꼭 있거든요. 농사 수입은 1년에 몇 백만 원인데 공장 월급이 수천만 원이면, 수입 기준으로는 절반을 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기대는 쪽은 두 번째 길, 노동력 절반 기준이에요. 세대원 중 몇 명이 농사에 매달리느냐로 보는 겁니다. 그동안 상담에서 나온 세대 구성을 비슷하게 묶어 보면 이렇습니다. (개인 사례는 내용만 남기고 바꿔 적었어요.)

세대 구성 수입 1/2 기준 노동력 1/2 기준 가능성
부부 둘, 남편 공무원연금 연 3천만 원대, 둘 다 농사 연금이 커서 어려움 2명 중 2명 농사, 충족 노동력 기준으로 가능
부부 둘, 아내만 농사, 남편은 서산 시내 출퇴근 어려움 2명 중 1명, 딱 절반으로 충족 가능, 다만 농사 실적 증빙을 꼼꼼히
부모 둘 + 대산 공장 다니는 아들, 한 세대 어려움 3명 중 2명 농사면 충족 부모 둘 다 농사지으면 가능
부부 + 직장인 자녀 둘, 한 세대, 아버지만 농사 어려움 4명 중 1명, 미달 세대 구성부터 다시 봐야 함

처음 말씀드린 부부가 두 번째 줄과 비슷했어요. 남편분이 내년 봄 퇴직이라 그 전에는 시내로 출퇴근을 하시니, 지금 신청하면 아내분 혼자 농사짓는 세대가 됩니다. 2명 중 1명이라 숫자로는 맞는데, 담당 공무원은 아내분이 정말 농사를 짓고 있는지 서류로 확인하려 할 거예요. 경작 사실을 보여줄 판매 기록이나 농자재 구입 영수증을 1년쯤 모아 두시라고 했습니다.

세대 판단은 결국 주민등록 기준이라, 자녀가 주소를 따로 두고 있으면 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요건 맞추려고 서류만 옮기는 건 권하지 않아요. 나중에 실제 거주 여부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서산은 시 단위로 보지 않아요, 읍면으로 따집니다

③번 요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농사는 서산에서 짓는데, 집은 서산 다른 동네에 지으면 안 되나요?”예요.

조문을 보면 시·구·읍·면 단위로 따지는데, 서산처럼 도시와 농촌이 섞인 도농복합 시는 ‘시’가 통째로 한 단위가 되지 않아요. 동 지역은 동 지역끼리, 그 밖에는 읍·면 하나하나가 단위입니다. 태안은 군이라 처음부터 읍·면으로 봐요.

농사짓는 땅 집 지을 땅 판단
서산 운산면 서산 운산면 같은 면이라 문제없음
서산 운산면 운산면과 경계가 맞닿은 면 연접 읍면이라 가능
서산 운산면 서산 대산읍(경계가 안 닿음) 같은 서산시여도 요건 밖
서산 팔봉면 태안 쪽이면서 팔봉면과 경계가 닿은 읍면 시·군이 달라도 연접이면 검토 대상

‘맞닿았다’는 건 지도로 대충 보지 말고 행정구역 경계로 확인하세요. 바다나 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동네는 눈으로 가까워도 연접으로 안 보는 경우가 있어서, 가로림만을 낀 팔봉·지곡·대산 쪽은 특히 군청·시청 농지 담당에 먼저 물어보시는 게 빠릅니다.

농지보전부담금, 진흥구역이 오히려 덜 냅니다

모내기를 막 끝낸 논 너머 나무 사이로 농가 지붕이 보이는 마을 가장자리
사진: 한국관광공사

농지를 집터로 바꾸면 농지보전부담금을 냅니다. 개별공시지가에 비율을 곱하는데, 진흥지역 안은 30%, 밖은 20%이고 ㎡당 5만 원이 상한이에요. 그런데 농업인주택은 시행령 별표 2에서 감면율이 100%입니다. 진흥구역 밖에 짓는 경우도 같아요.

공시지가를 가정해서 660㎡ 집터를 계산해 보면 차이가 이 정도 납니다. (공시지가는 예시 숫자예요. 실제 계산은 해당 필지 공시지가로 하셔야 합니다.)

구분 예시 공시지가(㎡당) 부과율 660㎡ 부담금
진흥구역 논, 일반 주택 3만 5천 원 30% 애초에 일반 주택은 허가 대상이 아님
진흥구역 논, 농업인주택 3만 5천 원 30% → 100% 감면 0원 (감면 전 약 693만 원)
계획관리지역 밭, 일반 주택 8만 원 20% 약 1,056만 원
계획관리지역 밭, 농업인주택 8만 원 20% → 100% 감면 0원

부담금만 보면 진흥구역 논이 싸게 먹히는 셈이에요. 하지만 서산 진흥구역 논은 대개 경지정리가 끝난 넓은 들판이라, 마을에서 떨어진 자리면 전기, 상수도, 진입로를 새로 끌어와야 합니다. 서산 논 1만 8천여 ha 가운데 간척지 논이 7,700ha가 넘는다는 2022년 서산시 조사도 있는데, AB지구 같은 간척 들판 한가운데는 집 지을 자리로는 더 어렵다고 보시면 돼요. 기반시설 비용은 밭 500평을 대지로 바꾸는 비용 글에 항목별로 정리해 뒀습니다.

면적에도 함정이 있어요. 신청일 전 5년 동안 같은 세대주가 농업인주택용으로 전용한 면적은 합쳐서 660㎡를 따집니다. 200평씩 쪼개서 두 번 짓는 방법은 안 통해요. 외국인 근로자 같은 일손을 들여 함께 살게 할 목적이면 1,000㎡까지 늘어나는데, 계절근로자를 쓰는 서산·태안 농가라면 이 조항도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5년 안에 팔면 감면받은 돈이 돌아옵니다

상담하면서 제일 늦게 듣고 제일 놀라시는 대목이에요.

부담금을 감면받고 지은 농업인주택을, 준공 후 5년 안에 감면이 안 되는 용도로 바꾸려면 시장·군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시행령 제59조). 승인이 나면 그때 감면받았던 부담금을 다시 내요. 5년은 준공검사필증을 받은 날이나 건축물대장에 오른 날부터 셉니다.

실무에서 이게 걸리는 장면은 대부분 매도예요. 귀농해서 2~3년 살다가 건강이나 자녀 문제로 집을 내놓을 때, 사겠다는 분이 농업인이 아니면 그 집을 일반 주택으로 쓰게 되잖아요. 진흥구역 안이면 일반 주택이 들어설 수 없는 땅이라 승인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사 줄 수 있는 사람이 농업인으로 좁아지고, 그만큼 값을 받기도 어려워져요.

시점 매수자가 농업인 매수자가 비농업인
준공 후 5년 안 농업인주택 용도 그대로라 비교적 수월 용도변경 승인 + 감면액 납부 문제. 진흥구역이면 승인 자체가 어려울 수 있음
준공 후 5년 지난 뒤 수월 시행령 제59조의 승인 기간은 지남. 다만 대출·건축 관련 조건은 따로 확인

그래서 귀농 첫 집을 진흥구역 농업인주택으로 지으시려는 분께는 “최소 5년은 사신다는 계획이 서면 그때 하세요”라고 말씀드려요. 서산·태안에 정착할지 아직 확신이 없다면 먼저 빌려 살아 보는 쪽이 낫습니다. 다시 내놓을 때 생기는 일은 귀농 땅을 다시 내놓기까지 3년 글에도 사례를 적어 두었어요.

계약금 넣기 전에 확인할 순서

  1. 토지이음에서 그 논이 농업진흥구역인지 농업보호구역인지 확인. 보호구역은 허용 범위가 조금 더 넓어요.
  2. 우리 세대가 수입 1/2, 노동력 1/2 중 어느 쪽으로 요건을 맞출지 세대원 표를 그려 보기.
  3. 세대에 농업인이 있는지, 없으면 농업경영체 등록까지 얼마나 걸릴지 계산.
  4. 농사지을 땅과 집 지을 땅이 같은 읍면이거나 연접 읍면인지 시청·군청 농지 담당에 확인.
  5. 전기와 상수도, 진입로까지 거리를 현장에서 재 보기. 진흥구역 들판 한가운데는 여기서 비용이 크게 갈려요.
  6. 최소 5년 거주할 계획인지 가족과 먼저 합의.

이 여섯 가지가 서면 계약서에 “농업인주택 건축을 위한 농지전용허가가 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한다”는 특약을 넣는 것도 방법이에요. 허가가 안 나서 땅만 남는 경우를 몇 번 봐서, 저는 진흥구역 논 계약에는 거의 빠뜨리지 않고 권합니다.

운산면 부부는 남편분 퇴직 뒤 둘이 같이 농사를 시작하고, 내년 가을쯤 다시 오시기로 했어요. 땅은 그때 봐도 늦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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