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3억이라던 서산 밭, 담보대출은 8천만 원에서 멈췄습니다

지난달에 팔봉면에서 밭 농사 지으시는 분이 사무소로 오셨어요. 아들 사업자금 좀 보태주려는데 땅 담보로 얼마나 나오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동네에서 평당 40만 원은 받는다는 밭 750평이니까 시세로는 3억쯤 봐야죠.

그러고 2주쯤 뒤에 다시 오셨습니다. 농협에서 8천만 원 얘기를 들었다고요.

이런 일이 서산에서 드물지 않아요. 땅값은 땅값대로 있는데 담보로 넣는 순간 숫자가 확 줄어드는 겁니다. 왜 그런지 순서대로 풀어볼게요.

서산 운산면 언덕에서 내려다본 논밭 들녘과 시골 마을, 먼 산 능선
사진: 한국관광공사

시세는 동네 얘기고, 은행은 감정가만 봅니다

땅값 물어보면 다들 “요 앞에 평당 얼마에 팔렸다더라”로 말씀하세요. 그게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숫자는 매도자가 부르는 값이거나, 급하게 필요했던 누군가가 한 번 지른 값이에요.

감정평가사는 그렇게 안 봅니다. 표준지 공시지가에서 출발해서 인근 실거래 사례로 조정하죠. 서산 농지는 실거래 자체가 뜸한 필지가 많아요. 사례가 없으면 평가는 자연히 공시지가 쪽으로 붙습니다. 보수적으로 나온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한도는 한 번에 정해지는 게 아니라 계단처럼 깎여 내려옵니다.

단계 무엇으로 정해지나 앞의 밭 사례
동네 시세 호가, 소문, 최근 한두 건 거래 3억
감정평가액 표준지 공시지가 + 인근 실거래 조정 1억 6천만 원
담보인정비율 지목·용도지역·입지에 따라 50% 적용 → 8천만 원
실제 실행액 선순위 근저당, 상환능력 심사 8천만 원 이하

계산이 어려운 게 아니에요. 시작점이 시세가 아니라는 걸 모르고 가시는 게 문제죠.

지목하고 용도지역에서 또 한 번 갈립니다

같은 서산 땅이라도 서류에 뭐라고 적혀 있느냐에 따라 대접이 달라져요. 도로에 붙은 계획관리지역 대지하고, 농업진흥구역 안에 들어앉은 논은 아예 다른 물건 취급을 받습니다.

땅의 성격 감정가가 붙는 위치 한도 체감
계획관리 + 포장도로 접함 + 지목 대(垈) 시세에 가장 가깝게 넉넉한 편
계획관리 전·답, 도로 접함 시세의 절반 안팎 보통
농림지역 농업진흥구역 논 공시지가 근처 낮음
보전관리·자연환경보전 임야 공시지가 아래로도 많이 낮음
맹지, 지분, 분묘 딸린 땅 평가부터 보수적 취급 거절도 나옴

맹지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요. 도로에 접했느냐 저촉됐느냐는 완전히 다른 말인데, 이거 헷갈려서 낭패 보시는 분이 꾸준히 계세요. 도로 접함과 저촉의 차이는 따로 정리해둔 글이 있으니 그쪽을 보시고요.

서산·태안 땅이 유독 깎이는 자리가 있어요

여기서부터는 서류만 봐서는 안 보이는 부분입니다. 감정평가사가 현장 나와서 확인하는 것들이죠.

먼저 염해입니다. 대산이나 부석, 천수만 쪽 간척 농지는 염분 때문에 심을 수 있는 작목이 제한되는 필지가 있어요. 평가서에 대놓고 적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근 거래가가 낮게 형성돼 있으니 감정가도 따라서 눌리죠. 염해가 작목을 정하는 얘기는 예전에 따로 써뒀습니다.

임야라면 묘부터 봅니다. 연고를 모르는 분묘라도 하나 있으면 나중에 처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거든요. 묘 딸린 임야를 어떻게 푸는지도 다룬 적 있어요.

지분도 마찬가지예요. 형제끼리 나눠 상속받은 논밭 지분은 단독으로는 거의 안 잡아줍니다. 공유자 전원이 같이 넣지 않으면 얘기가 시작되지도 않아요.

여기에 옆에 축사가 있거나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으면 평가액이 한 번 더 내려앉습니다. 나중에 되팔기 어렵다고 보는 거죠. 가로림만 갯벌 인접지처럼 보호구역이 걸린 땅도 개발 가능성을 낮게 잡습니다.

서산 대산읍 웅도 앞, 밀물에 잠긴 바닷길과 흐린 하늘
사진: 한국관광공사

농협에서 안 되면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서산에서 땅 담보는 대체로 지역 단위농협이 첫 창구예요. 시중은행은 토지 단독 담보를 잘 안 봅니다. 지점에 따라 아예 취급을 안 하기도 하고요.

문제는 농협에서 한도가 모자란다고 들었을 때입니다. 그때부터 검색을 시작하시거든요. 그러면 “농지는 DSR 안 봅니다”, “소득 없어도 80%까지” 같은 광고가 줄줄이 뜹니다.

창구 대략적인 금리대 알아둘 점
지역 단위농협·농협은행 연 4~5% 수준 한도는 보수적, 농업경영체 등록되면 유리
시중은행 취급 자체가 소극적 토지 단독담보는 잘 안 봄
저축은행·캐피탈 두 자릿수 초반 한도는 넓지만 부대비용 확인 필수
대부업 연 12~18% 수준 등록업체인지 먼저 확인

금리 차가 세 배 넘게 벌어집니다. 8천만 원 빌려서 연 4.5%면 이자가 360만 원인데, 15%면 1,200만 원이에요. 농사 지어서 그 차액 메우기가 쉽지 않죠.

대부업체를 알아보시게 되면 금융감독원 등록 대부업체 통합조회에서 상호를 먼저 넣어보세요. 등록 안 된 곳이면 그 자리에서 접으시면 됩니다.

요즘은 은행 쪽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아요

언론 보도로 나온 숫자를 보면 농협 계열 농지·임야 담보대출 잔액이 80조 원대라고 합니다. 2금융권까지 합치면 90조 원대로 추산하고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조여지는 동안 토지 쪽으로 돈이 흘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담보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 여신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같이 나와요. 실제로 창구에서 예전보다 서류를 꼼꼼히 보는 게 느껴집니다. 농지는 위성으로 이용 실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니 휴경 상태로 방치한 필지는 그것대로 불리해질 수 있고요.

지금 당장 한도가 확 줄어들 거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다만 몇 년 전 기준으로 계산해두고 계셨다면 한 번은 다시 확인해보시라는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은행 가시기 전에 이것만 뽑아두세요

상담 오시는 분들 보면 서류 없이 맨몸으로 가셨다가 두 번 걸음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미리 챙기면 첫 방문에서 대략적인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 토지이용계획확인원. 토지이음에서 무료로 뗍니다. 용도지역하고 걸린 규제가 여기 다 나와요.
  •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선순위 근저당이 얼마나 잡혀 있느냐가 한도를 좌우합니다.
  • 지적도. 도로에 붙었는지, 모양이 어떤지를 봅니다. 폭 좁고 길쭉한 필지는 평가가 박해요.
  • 개별공시지가.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서 확인하시면 감정가 하한선이 대충 짐작됩니다.
  •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 농지 담보면 농협에서 우대받을 여지가 생겨요.

그리고 하나 더요. 땅을 담보로 넣는다는 건 최악의 경우 그 땅이 경매로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서산 시골 땅은 경매에 나와도 유찰이 반복되는 필지가 적지 않아요. 낙찰받고 현장에서 무너지는 경우를 보면 그 반대편 사정도 짐작이 되실 겁니다.

팔봉면 그분은 결국 8천만 원만 받고 나머지는 다른 방법을 찾으셨어요. 무리해서 한도 늘려주는 데를 찾아가지 않으신 게 잘하신 거라고 봅니다.

땅값 계산하실 일 있으면 사무소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010-6548-807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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