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저녁, 서울 번호로 전화가 한 통 왔어요. 대산 화곡리가 고향인 분의 손자였습니다. 회사에서 점심 먹다가 아버지가 보내준 링크를 열었는데,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공고문 첨부파일 속 소유자 명단에 증조할아버지 이름이 있더래요.
“공시송달이 뭔가요. 저희가 뭘 잘못한 건가요?”
잘못하신 건 없어요. 다만 그 공고가 붙은 날부터 시계는 돌고 있습니다. 대산~당진 고속도로 보상 얘기가 나온 김에, 공시송달 공고에 이름이 올라간 집에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대산 사례를 섞어 적어볼게요.

10월 12일 공고, 대산 쪽 땅주인을 찾는 중입니다
한국도로공사 공지사항에 ‘고속국도 제30호 서산-영덕선(대산-당진) 고속도로 건설공사 손실보상협의 공시송달 공고’가 올라왔어요. 날짜는 10월 12일입니다. 원문은 한국도로공사 공지사항에서 볼 수 있어요.
이 도로는 대산읍 화곡리 반곡교차로에서 서해안고속도로 당진분기점까지 25.36km를 잇습니다. 노선 전체 이야기는 예전에 대산~당진 고속도로 글에 써뒀어요.
공시송달은 쉽게 말해 ‘우편으로 못 찾았으니 게시판에 붙여 둡니다’라는 뜻이에요. 보상 협의를 하자는 서류를 땅주인에게 보내야 하는데 받을 사람을 못 찾을 때 씁니다. 공고하고 14일이 지나면 서류를 받은 걸로 쳐요.
그러니까 본인은 아무것도 못 받았어도 법적으로는 협의 요청을 받은 사람이 됩니다. 협의 기간이 지나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고요.
대산에서 공시송달이 유독 많이 나오는 이유
제가 대산 쪽 땅 일을 보면서 느낀 건데, 이 동네 등기부는 시간이 멈춘 경우가 많아요.
1980~90년대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서면서 땅을 팔고 나간 집도 많고 땅은 그대로 둔 채 자식들만 도시로 나간 집도 많습니다. 산소가 있는 문중 산이나 집안 밭은 “언젠가 정리하지” 하다가 할아버지 명의 그대로 수십 년이 흘러요.
그러니 등기부에 적힌 주소로 우편을 보내면 돌아옵니다. 그 주소에 이제 아무도 안 살거든요.
| 등기부 상태 | 대산에서 자주 보는 모습 | 공시송달로 가는 이유 |
|---|---|---|
| 돌아가신 분 명의 그대로 | 증조부·조부 명의의 밭, 산소 있는 임야 | 사망자에게는 송달이 안 되고 상속인을 다 찾기 어려움 |
| 옛 주소 그대로 | “대산면 ○○리 ○번지”로 적힌 1970년대 등기 | 그 주소로 보낸 우편이 반송됨 |
| 공유자 중 일부가 연락 두절 | 형제 다섯이 지분으로 나눠 가진 논 | 해외 이주나 주민등록 말소된 공유자 지분만 공시송달 |
| 문중·종중 명의 | ○○공파 종중 산 | 대표자가 바뀌었는데 등기가 그대로라 받을 사람이 불분명 |
세 번째 경우가 생각보다 흔해요. 몇 년 전 대산읍 다른 공사 때 본 논이 그랬습니다. 형제 넷은 협의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브라질로 이민 간 막내 지분 5분의 1만 공시송달로 넘어갔어요. 나머지 네 분은 보상금을 받았고, 막내 몫은 법원에 맡겨졌습니다.
안 나서면 그 땅은 어떻게 되나요
이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아요. 보상이 그냥 없어지느냐는 건데, 그렇진 않습니다.
협의가 안 되면 사업시행자가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해요. 위원회가 보상금을 정하고, 받을 사람이 없거나 누군지 확실하지 않으면 그 돈을 법원 공탁소에 맡깁니다. 근거는 토지보상법 제40조예요. 공탁하면 땅은 정해진 날짜에 도로공사 소유로 넘어갑니다.
| 단계 | 누가 | 땅주인 쪽에서 할 수 있는 일 |
|---|---|---|
| 보상계획 공고·열람 | 사업시행자 | 조서에 적힌 면적, 지장물(나무·창고 등) 빠진 게 없는지 확인 |
| 감정평가 | 감정평가사 | 현장 조사 때 입회해서 실제 이용 상황 설명 |
| 협의 요청 (공시송달 포함) | 사업시행자 | 협의 기간 안에 연락해서 금액 듣고 계약 여부 결정 |
| 수용재결 | 토지수용위원회 | 의견서 제출. 재결 뒤에도 이의신청 가능 |
| 보상금 공탁 | 사업시행자 → 법원 공탁소 | 상속인이 서류 갖춰 출급 청구 |
공탁된 돈은 나중에라도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사이 손해가 하나 생깁니다.
협의 단계에서는 감정평가 현장에 나가서 “이 밭에 작년에 심은 감나무가 서른 그루 있다”, “여기 창고는 무허가지만 20년 썼다” 같은 말을 할 수 있거든요. 공시송달로 넘어가 아무도 안 나서면 그 자리를 놓칩니다. 대산 땅은 지장물 보상이 땅값만큼 신경 쓰이는 경우가 꽤 있어요. 바닷가 쪽 밭엔 비닐하우스나 관정이 딸린 곳이 많아서요.

할아버지 명의 땅, 상속인이 먼저 해볼 순서
전화하신 손자분께 드린 순서 그대로 옮겨볼게요.
먼저 증조할아버지 앞으로 다른 땅이 더 있는지 봅니다. 공고에 나온 필지 하나만 있는 게 아닐 수 있거든요. K-Geo 플랫폼의 조상땅 찾기나 서산시청 민원실에서 돌아가신 분 명의 토지를 전국 단위로 조회할 수 있어요. 무료입니다.
그다음 도로공사 보상 담당 부서에 직접 전화해서 “공시송달 공고에 나온 ○○○의 상속인”이라고 밝히세요. 공고문에 담당 부서와 연락처가 적혀 있어요. 상속인임을 확인할 서류를 내면 그때부터는 우편이 제대로 옵니다.
상속인이 몇 명인지가 그다음 문제예요. 증조부 대에서 멈춘 땅이면 상속인이 열 명을 넘는 경우도 대산에선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 협의 계약을 하려면 상속인 전원이 상속등기를 하거나, 협의분할로 한 사람 앞으로 정리해야 해요. 이 부분은 서산 논밭 상속 글에 조금 더 자세히 적어뒀습니다.
| 상황 | 현실적인 선택 | 걸리는 시간 (대산 사례 기준) |
|---|---|---|
| 상속인 2~3명, 모두 연락됨 | 협의 기간 안에 상속등기 후 협의 계약 | 한두 달 |
| 상속인 열 명 이상, 일부 해외 | 협의는 어렵다 보고 공탁 뒤 출급 준비 | 재결·공탁까지 반년 이상 |
| 종중 명의 | 종중 총회로 대표자 정리 후 협의 | 총회 날짜에 달림 |
상속인이 많으면 공탁을 받아들이는 게 나을 때도 있어요. 공탁금은 상속등기를 안 해도 상속을 증명하는 서류만 갖추면 각자 자기 몫을 찾을 수 있어요. 요구 서류는 공탁소에 미리 전화해서 물어보시고요. 열 명이 한자리에 모여 도장 찍는 것보다 각자 공탁소에 가는 게 쉬운 집안도 있습니다.
공탁금 찾을 때 대산 분들이 헷갈리는 것
공탁소는 땅이 있는 곳 관할 법원이에요. 대산 땅이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입니다. 서울 사는 상속인도 결국 서산까지 한 번은 오셔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자공탁으로 되는지 먼저 법원 전자공탁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세요.
기한도 있습니다. 공탁금을 찾아갈 권리는 10년 동안 안 쓰면 소멸시효에 걸린다는 게 공탁법 제9조예요. 대산 쪽은 공단 확장 때 맡겨진 돈을 뒤늦게 알게 된 집 얘기가 종종 들려요. 증조부 땅이 예전에 다른 공사로 수용된 적이 있는지도 이참에 같이 알아보시면 좋습니다.
세금도 있어요. 공탁된 돈이라도 수용은 양도로 봐서 양도소득세 신고 대상이 됩니다. 상속받은 땅은 취득가액을 상속 당시 시가로 잡는데 증조부 때부터 내려온 땅이면 그 기준일 잡는 것부터 세무사와 맞춰야 해요. 공익사업 양도세 감면 기한은 토지보상 도장 시기 글에 정리해 뒀어요.
| 공탁금 출급 때 챙길 것 | 비고 |
|---|---|
| 공탁금 출급청구서 | 공탁소에 비치 |
| 피상속인 기본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 (2008년 이전 사망이면 제적등본) | 증조부 대면 제적등본이 여러 장 필요 |
| 상속인 신분증, 인감증명서 | 금액 따라 요구 서류 달라짐 |
| 상속재산분할협의서 (협의분할했다면) | 상속인 전원 인감 날인 |
| 공탁통지서 | 못 받았으면 공탁소에서 사건번호 확인 |
주소 하나 바꿔두는 게 제일 싸게 먹혀요
이건 공고에 이름이 없는 분들께도 드리는 말이에요.
대산은 고속도로 말고도 기은~오지 연결도로 같은 공사가 계속 이어지는 동네입니다. 길이 나는 곳엔 보상 서류가 오고, 서류는 등기부 주소로 와요. 땅을 물려받았는데 등기를 미뤄두셨거나 이사 후 등기부 주소를 그대로 두셨다면 등기명의인 표시변경만 해둬도 공시송달로 넘어갈 일이 확 줄어듭니다.
참고로 예전 판례(대법원 91다254, 옛 공공용지 특례법 시절)는 등기부 주소로 안 갔다는 것만으로는 공시송달을 할 수 없다고 봤어요. 주민등록을 따라가 보고 이장 확인까지 받아야 한다는 거였죠. 실제로 대산 쪽 이장님들은 “○○네 큰아들 서울 산다”는 걸 다 아세요. 고향 마을 이장님 연락처 하나 갖고 계시는 게 생각보다 쓸모가 있습니다.
손자분은 그다음 주에 아버지랑 같이 서산시청에 들러 조상땅 조회부터 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화곡리 필지 말고도 운산리 쪽에 임야가 한 필지 더 있었답니다. 그 땅은 노선에 안 걸렸지만, 이번에 같이 정리하기로 하셨대요.
공시송달 공고는 날짜가 정해진 서류예요. 이름이 보이면 그 주 안에 전화부터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