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축사 지으려 산 서산 밭, 마을 끝집까지 180m라 허가가 안 났습니다

지난주에 지곡면 밭 하나를 두고 상담을 했어요. 경기도에서 내려오실 분인데, 한우 스무 마리로 시작하겠다고 밭 1,200평을 이미 계약하셨더라고요. 잔금 치르기 전에 한 번 봐달라고 오셨습니다.

토지이음을 열어 지번을 넣으니 ‘다른 법령 등에 따른 지역·지구’ 칸에 이런 글자가 찍혀 있었어요. 가축사육제한구역(200m일부제한:모든 축종 불가). 그 밭에서 마을 끝집까지 재보니 180m쯤이었습니다.

매도인이 속인 건 아니에요. 그분도 몰랐을 거예요. 그 밭은 20년 넘게 고추 심던 밭이었고 축사를 지으려는 사람이 사기 전까지는 그 글자가 아무 의미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그 글자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서산·태안에서 축사를 지으려는 분과, 반대로 축사 옆에 집을 사게 될까 봐 걱정하는 분, 두 쪽이 같은 화면을 봐야 하거든요.

서산 운산면 초지 언덕, 안개 낀 아침에 메타세쿼이아 몇 그루가 선 목초지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토지이음에 찍히는 서산 글자는 여섯 가지예요

서산시는 가축사육 제한 조례로 구역을 나눕니다. 2020년 3월에 별표를 통째로 다시 짰고 그 내용이 지형도면으로 고시돼서 지금 토지이음에 필지마다 찍혀요. 제가 올해 사무소에서 열어본 서산 필지에서 실제로 본 표기는 이렇습니다.

토지이음 표기 뜻 그 자리에 들일 수 있는 가축
전부제한지역 시내·읍내 주거·상업지역, 상수원보호구역 같은 곳 없음
200m 일부제한 마을(주택이 여러 가구 모인 곳)에서 200m 안 없음
300m 일부제한 마을에서 200~300m 소(한우)만 가능
1,000m 일부제한 마을에서 300~1,000m 소·젖소·말·양·염소·사슴 가능, 돼지·개·닭·오리·메추리 불가
시군경계 600m 당진·홍성·태안 등 경계에서 600m 안 없음
시군경계 1,500m 경계에서 600~1,500m 돼지·개·닭·오리·메추리 불가

표를 보시면 한우가 제일 가까이까지 들어와요. 마을에서 200m만 넘으면 됩니다. 돼지랑 닭은 1km를 벗어나야 하고요. 지곡면 그 밭은 180m라 한우도 안 되는 자리였고 같은 밭이 220m만 됐어도 한우는 가능했던 겁니다. 40m 차이예요.

‘마을’이 어디서부터냐가 늘 다툼이 됩니다. 서산 조례는 주택 가구 수로 마을을 정해요. 2018년 개정 때 기준이 10가구였고 가구는 재산세가 매겨지는 주택과 도로명주소가 붙은 집으로 세기로 했습니다. 빈집은 안 세고요. 2020년에 거리 숫자는 다시 짰어요. 그러니 밭 옆에 집이 두세 채 있다고 바로 제한이 걸리는 건 아니지만 그 두세 채 너머에 열 집짜리 마을이 있으면 거기서부터 잽니다.

여기서 하나 더. 음암면 도당리 쪽 필지를 열어보면 ‘시군경계 600m’라는 표기가 나와요. 이건 2020년에 새로 생긴 건데, 서산 땅이라도 홍성·당진 경계에 붙어 있으면 옆 동네 마을을 기준으로 또 한 번 거리를 재는 겁니다. 홍성·당진·예산과 맞닿은 고북·운산·음암 쪽 땅 보실 때는 이 글자가 있는지 꼭 보세요.

태안은 자가 다릅니다

같은 충남인데 태안군 조례는 숫자가 다 달라요. 2020년 11월에 고친 게 지금 쓰이고 있습니다.

항목 서산시 태안군
마을(주거밀집) 기준 주택 여러 가구(2018년 기준 10가구) 각 집 중심 반경 200m 안에 5호 이상
소·말 200m 밖 130m 밖
젖소·양·사슴 300m 밖 300m 밖
돼지·개·닭·오리·메추리 1,000m 밖 1,500m 밖
제한이 걸리는 시설 규모 1마리부터 (개·닭·오리 5마리 이하 예외) 가축분뇨법 신고 규모 이상만
기존 축사 증축 현대화 시 20~30% 현대화 시 30% 한 번

태안이 한우는 더 너그럽고 돼지·닭은 더 엄격해요. 바닷가 관광지라 냄새 민원이 돼지·닭 쪽에 몰리니 그렇게 짠 거겠죠. 반대로 소는 130m라 마을 바로 뒷산에도 들어갑니다.

그리고 태안 쪽에서 제가 제일 자주 짚어드리는 게 표의 다섯째 줄이에요. 태안 조례는 ‘신고 대상 규모 이상’ 시설만 막습니다. 가축분뇨법 시행령에서 소는 축사 100㎡, 돼지는 50㎡, 닭·오리는 200㎡부터 신고 대상이거든요. 그러니까 태안에서는 운동장 없이 한우 서너 마리 넣을 30평 미만 우사라면 마을 안이라도 조례상 제한에 안 걸려요. 서산은 그게 안 됩니다. 서산 조례는 가축사육을 ‘1마리 이상 기르는 행위’로 정의해 놔서, 개·닭·오리 5마리 이하 말고는 예외가 없어요.

그래서 귀농해서 소 몇 마리 곁들여 키우겠다는 분은 태안 쪽이 자리 잡기가 수월하고 처음부터 50두 이상 규모로 가는 분은 서산 운산·고북 쪽 1km 밖 땅을 찾는 게 빠릅니다. 읍면 성격은 서산 읍면별 정착 글에 따로 적어뒀어요.

서산 운산면 한우목장 전망 데크 뒤로 완만한 초지 언덕이 이어지는 여름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반대로 집을 사는 분이라면 그 글자를 거꾸로 읽으세요

축사 옆 시골집 걱정으로 오시는 분이 축사 지으려는 분보다 많아요. 이분들께는 같은 글자를 반대로 읽어드립니다.

내가 보는 집 지번에 ‘200m 일부제한’이 찍혀 있으면 앞으로 내 집 200m 안에는 새 축사가 못 들어온다는 뜻이에요. 그 글자가 없으면 반대고요. 집 자체는 아무 제한이 없는데도 그 표기가 집 사는 사람에게는 보험이 되는 겁니다.

다만 이 보험이 안 막아주는 게 둘 있어요.

이미 있는 축사가 하나예요. 조례 부칙에 따라 조례 전에 허가·신고를 받은 축사는 그대로 둡니다. 조례는 새 축사를 막을 뿐이고 이미 선 축사는 손대지 않아요. 게다가 낡은 축사를 현대화하면 서산은 등록 면적의 20~30%, 태안은 30%까지 한 번 늘릴 수 있습니다. 냄새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축사가 사라지진 않아요.

액비 살포가 또 하나고요. 서산시가 2018년에 만든 가축분뇨관리 세부계획을 보면 2015년 한 해 서산 축산악취 민원이 120건이었는데 축사에서 난 게 71건이고 나머지 49건은 논밭에 액비·퇴비 뿌리는 자리에서 났습니다. 축사가 1km 밖에 있어도 그 축사 분뇨가 내 집 앞 논에 뿌려질 수 있어요. 월별로는 8월이 21건으로 제일 많았고 1~2월은 두세 건이었고요.

그래서 축사 걱정되는 집은 겨울에 보지 마시라고 합니다. 7~8월 저녁, 바람 잔잔한 날에 한 번 더 가보세요. 서산·태안은 여름엔 남서풍이 많아서 집 남서쪽에 뭐가 있는지가 특히 중요합니다. 바닷가 쪽은 갯바람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바람 방향이 더 또렷해요.

어느 면에 축사가 많은지는 숫자로 보세요

감으로 ‘저 동네는 축사 많다’고 하는 것보다 통계가 낫습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올해 1월에 낸 시군별 사육 현황이에요.

축종 (2025년) 서산시 태안군
한우 797농가 28,773두 237농가 7,634두
젖소 34농가 2,404두 27농가 1,637두
돼지 23농가 56,697두 7농가 14,010두
육계 24농가 63만 2,600수 7농가 31만 2,900수

서산 한우 농가는 2018년 1,062곳에서 올해 797곳으로 줄었는데 마릿수는 3만 두 언저리 그대로예요. 100두 넘는 큰 농가가 49곳에서 60곳으로 늘었거든요. 작은 농가가 접고 큰 농가가 커지는 흐름이라, 새로 생기는 축사는 점점 커지고 점점 마을에서 멀어집니다.

읍면으로 내려가면 더 갈려요. 서산시 세부계획에 실린 2017년 수치로 한우는 운산면이 171농가 6,051두로 제일 많고 그다음이 부석면·고북면이에요. 돼지는 해미면 15,330두, 고북면 12,522두, 부석면 9,504두, 팔봉면 6,710두 순이었습니다. 돼지 농가는 서산 전체에 20여 곳뿐이라 한 농장이 평균 2천 두 넘게 키워요. 그러니 해미·고북·부석 쪽 집은 돼지 농장 위치를 먼저 찍어보고 운산·고북 쪽은 한우 단지가 어디 있는지 보시면 됩니다.

올해 국회에서 움직이는 것 세 가지

이 조례를 둘러싼 법이 지금 세 갈래로 손질되고 있어요. 다 발의 단계라 아직 바뀐 건 없지만, 땅을 오래 들고 계실 분은 알고 계시는 게 낫습니다.

하나는 작년 3월 서천호 의원이 낸 안이에요. 제한구역 안에 있는 기존 축사를 주민 과반이 동의하면 같은 면적 안에서 옮길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통과되면 마을 한복판 낡은 축사가 마을 끝으로 옮겨가는 길이 열려요.

둘은 올해 4월 강명구 의원 안. 지금은 지자체가 제한구역을 지정하거나 바꿀 때 고시만 하면 돼서 땅 주인이 모르고 지나가는데, 이걸 등기우편으로 개별 통지하게 하자는 거예요. 지곡면 그분처럼 ‘내 땅이 제한구역인 줄 몰랐다’는 사람을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셋은 8월 강승규 의원 안. 농촌공간재구조화법으로 축산지구를 지정하면 그 안의 제한구역을 풀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내용이에요. 축사를 한곳에 모으자는 쪽이라, 서산처럼 축산지구 지정이 논의될 수 있는 동네는 반대로 특정 면에 축사가 몰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서산 안에서도 구역이 조용히 바뀌고 있어요. 부석면 가사리 필지를 열어보면 거리 표기 없이 ‘가축사육제한구역(2026-03-17)’이라고 날짜만 찍힌 자리가 나옵니다. 올 3월에 새로 고시된 구역이라는 뜻이에요. 개별 통지 법은 아직이니, 내 땅은 내가 열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계약서 쓰기 전에 이 순서로

축사 지으려는 분이든 축사 피하려는 분이든 순서는 같아요.

토지이음에서 지번을 넣고 ‘다른 법령 등에 따른 지역·지구’ 칸을 읽습니다. 돈 안 들고 1분이에요. 거리 숫자와 축종 목록을 적어두세요.

그다음 지도에서 제일 가까운 마을까지 직선으로 재봅니다. 서산은 마을 쪽 가구 수가 조례 기준을 넘는지, 태안은 반경 200m 안에 다섯 집이 되는지가 갈림길이에요. 애매하면 서산은 조례에 적힌 담당 부서(041-660-3258), 태안은 군청(041-670-2054)에 지번을 대고 물어보면 그 자리에서 알려줍니다.

축사가 목적이면 계약서에 특약을 넣으세요. ‘본 토지가 가축사육제한구역에 해당하여 매수인이 계획한 축종의 배출시설 설치가 불가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 정도면 됩니다. 매도인이 이 문구를 꺼리면 그 땅은 한 번 더 의심해 보셔야 하고요.

집이 목적이면 여름 저녁 답사를 빼먹지 마시고, 토지이음에서 집 지번뿐 아니라 집 둘레 500m 안 큰 필지도 두어 개 열어보세요. 목장용지나 축사가 붙은 땅이 있으면 그 축사가 현대화로 30% 더 커질 수 있다는 걸 감안하시면 됩니다.

지곡면 그분은 결국 잔금을 치르셨어요. 대신 축사 대신 고추 농사를 1년 하면서 1km 밖 땅을 천천히 보기로 하셨고요. 땅값보다 그 한 줄이 비쌌던 셈인데, 잔금 전에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땅 고르는 데 드는 다른 비용은 밭을 대지로 바꾸는 비용 글에 적어둔 게 있으니 같이 보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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