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목은 밭인데 마당으로 쓰는 서산 시골집, 38년 만에 양성화 길이 열려요

추석 연휴가 끝나고 문을 연 첫날, 태안 소원면에서 펜션을 하시는 사장님이 사무소에 들르셨어요. 지난달에 조사원 두 분이 다녀갔다고 하시더라고요. 손님 차 대는 자갈 마당을 한참 찍고 갔다고요.

그 자리가 지목으로는 밭입니다. 15년 전 펜션을 지을 때 옆 필지에 자갈을 붓고 주차장으로 써왔대요. 그때는 다들 그렇게 했대요. 누가 뭐라 한 적도 없었고요.

틀린 말씀은 아니에요. 서산·태안 시골을 다녀보면 이런 자리가 한 집 건너 하나씩 나옵니다. 마당으로 쓰는 밭, 창고가 올라앉은 논 귀퉁이, 포구 옆 작업장 같은 곳들요. 그런데 9월 21일에 정부가 이런 농지 불법전용 가운데 일부를 양성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988년 이후 38년 만이에요.

9월 21일 발표, 숫자와 날짜만 먼저

올해 5월 18일부터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돌고 있어요. 7월까지 끝낸 기본조사에서 불법 전용이 의심된다고 잡힌 농지가 9%쯤 나왔습니다.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 무단 휴경 의심이 11.6%였으니 적은 숫자가 아니에요. 휴경 쪽 이야기는 묵혀둔 서산 농지 글에 따로 적어뒀으니 오늘은 전용만 볼게요.

이 숫자를 전부 원상복구시키기는 어렵다고 본 거예요. 그래서 당정이 내놓은 방향이 사후 전용 승인입니다. 농지보전부담금을 내고 요건이 맞으면 뒤늦게라도 서류를 맞춰주겠다는 내용이에요.

항목 발표 내용
대상 시설 2026년 5월 18일 이전에 완공된 것
조건 농지법과 다른 법령에 걸리지 않을 것, 농지보전부담금 납부
빠지는 것 비닐하우스·버섯재배사로 꾸며 놓고 식당을 하는 경우, 태양광 발전만 돌리는 경우
원상회복 쪽 농업진흥지역 안의 야적장·야영장 같은 중대한 전용
일정 특별조치법 연말까지 제정안 마련, 2027년 1분기 시행 목표

원문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올라와 있어요.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둘게요. 아직 법이 통과된 게 아닙니다. 국회에서 문구가 바뀔 수 있고 부담금을 얼마나 매길지도 법안이 나와야 알 수 있어요.

서산·태안에서 제가 자주 보는 다섯 가지 자리

현장에서 마주치는 건 거의 정해져 있어요. 동네 따라 생김새만 좀 다르고요.

자리 흔한 동네 같이 걸리는 것
집 마당·진입로로 넓혀 쓴 밭 서산 팔봉·지곡·음암 구릉지 마을 집이나 창고가 그 필지에 걸쳐 있으면 건축법
펜션·민박 주차장 태안 소원·남면·안면 해변 뒤쪽 국립공원 구역, 개발행위허가
굴 작업장·어구 창고 가로림만과 천수만 포구 마을 수산자원보호구역, 공유수면 경계
야영장·캠핑 사이트 해수욕장 솔밭에 붙은 밭 진흥지역 안이면 원상회복 쪽
농기계 창고·저온저장고 부석·고북·인지 들녘 농업용이면 절차만 빠진 경우가 많음

첫 번째가 제일 흔해요. 팔봉이나 지곡 구릉지 마을은 집터가 좁습니다. 대지는 80평인데 옆에 붙은 밭 100평에 차를 대고 경운기 창고를 짓고 살아온 집이 많아요. 장독대도 거기 있고요. 30년 넘게 그렇게 써서 집주인도 어디까지가 대지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사정이 낫습니다. 농업인이 자기 농사에 쓰는 창고는 원래 신고만 하면 되는 시설이거든요. 신고 절차를 빠뜨린 것뿐이라 이번 발표에서 말하는 양성화에 가장 가까운 유형이에요.

해변 뒤쪽 주차장은 농지법 하나로 안 끝나요

태안 소원면 만리포 해변과 그 뒤로 이어진 마을, 숙박시설, 솔숲을 내려다본 항공 사진
사진: 한국관광공사

처음에 말씀드린 소원면 사장님 자리로 돌아가 볼게요. 발표문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어요. 농지법 말고 다른 법령에도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태안 바닷가에서는 이 한 줄이 무겁습니다. 해변 뒤쪽 땅은 태안해안국립공원 구역에 들어가 있는 필지가 적지 않거든요. 공원 구역 안이면 농지법에서 풀어줘도 자연공원법에서 다시 막혀요. 어느 땅이 여기 해당하는지는 국립공원 안에서 집 올릴 수 있는 땅 이야기에서 다뤘습니다.

공원 밖이라도 국토계획법의 개발행위허가가 남아요. 주차장 면적이 크거나 흙을 돋워 높인 자리라면 농지 쪽 서류와 개발행위 쪽 서류를 같이 들고 가야 합니다.

사장님 필지는 다행히 공원 구역 밖 계획관리지역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드린 말씀은 간단했습니다. 지금 원상복구하겠다고 자갈부터 걷어내지 마시라고요. 법이 나올 때까지 그 자리를 더 넓히지도 마시고요.

포구 옆 굴막과 어구 창고

물 빠진 모래 갯벌 너머로 방파제와 작은 포구가 보이는 태안 소원면 천리포 항공 사진
사진: 한국관광공사

이건 내륙에서 오신 분들이 잘 모르시는 자리예요. 가로림만 안쪽 포구 마을에 가면 밭 한쪽에 굴 까는 작업장이나 어구 넣어두는 창고가 서 있습니다. 겨울 한 철 쓰는 가건물이 대부분이에요.

농사에 쓰는 시설이 아니라서 농업용으로는 못 넣습니다. 기타 시설로 사후 전용을 신청해야 할 텐데, 여기서 지역 사정이 갈려요. 천수만 쪽은 수산자원보호구역이 넓게 잡혀 있어 들어설 수 있는 시설 종류부터 좁습니다. 가로림만은 해양보호구역과 맞닿은 자리가 있고요.

바다 쪽으로 밀고 나간 작업장이라면 농지 문제보다 공유수면 문제가 먼저 나와요. 지적도 경계 밖으로 나간 부분은 이번 양성화와 상관이 없습니다. 가로림만 갯벌 앞 땅 글에 보호구역 보는 법을 적어뒀어요.

부담금은 얼마쯤일까요

지금 기준으로 농지보전부담금은 농업진흥지역 밖이면 개별공시지가의 20%, 안이면 30%입니다. ㎡당 5만 원이 상한이고요. 계산 방식은 서산 밭 500평을 대지로 바꾸는 비용 글에서 풀어놨으니 여기서는 결과만 놓을게요.

사례 면적 개별공시지가 부담금(20% 기준)
시골집 마당으로 쓴 밭 200㎡(약 60평) ㎡당 3만 원 약 120만 원
펜션 주차장 330㎡(약 100평) ㎡당 6만 원 약 396만 원
포구 옆 작업장 100㎡(약 30평) ㎡당 4만 원 약 80만 원

공시지가는 제가 이 동네에서 흔히 보는 수준으로 넣은 예시예요. 사후 전용에도 같은 요율을 쓸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더 얹을 수도 있어요.

부담금만 내면 끝나는 것도 아니에요. 지목이 밭에서 대지나 잡종지로 바뀌면 그 차액에 취득세 2.2%가 한 번 더 나옵니다. 재산세 과세 구분도 달라지고요. 마당 60평 정리하는 데 측량비까지 3백만 원 안팎은 잡아두시는 게 마음 편해요.

지목 섞인 시골집을 사려는 분께

이 발표를 제일 눈여겨봐야 하는 건 매수하는 쪽이에요. 불법전용 상태인 땅을 사면 원상회복 책임도 새 주인에게 따라옵니다. 지금 법으로는 원상회복 명령을 안 따르면 이행강제금이 해마다 나올 수 있어요.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지법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작년 봄에 음암면 시골집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마당이 넓어서 손님이 한눈에 반하셨는데, 토지대장을 떼보니 마당의 3분의 2가 밭이었습니다. 그 위에 조립식 창고까지 한 동 올라가 있었고요. 그때는 창고를 철거하는 조건으로 값을 조정하고 계약했어요. 올해였다면 다른 선택지가 하나 더 있었겠죠.

요즘 제가 계약 전에 맞춰보는 건 세 가지입니다.

서류 보는 것
토지대장·지적도 필지마다 지목이 무엇인지, 집과 마당이 몇 필지에 걸쳐 있는지
건축물대장 현장에 서 있는 건물이 대장에 다 올라 있는지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농업진흥지역, 국립공원, 수산자원보호구역 표시

대장에 없는 건물이 밭 위에 있으면 농지 양성화와 건축물 양성화를 둘 다 거쳐야 해요. 건축물 쪽은 시골집 양성화 글에 60㎡ 기준을 적어뒀습니다. 그리고 계약서 특약에 누가 신청하고 부담금을 누가 내는지 적어두세요. 법 시행이 내년으로 넘어가니 잔금 뒤에 벌어질 일이라 더 그래요.

법이 나오기 전에 해둘 수 있는 일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어요.

첫째는 완공 시점을 증명할 자료입니다. 기준일이 5월 18일이라 그 전부터 있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국토정보플랫폼에서 연도별 항공사진을 받을 수 있고 지도 앱 로드뷰도 촬영 연월이 찍혀 있습니다. 공사 영수증이나 예전 가족사진도 버리지 마세요.

둘째, 새로 손대지 마세요. 5월 18일 이후에 넓힌 부분은 대상이 안 됩니다. 조사가 도는 중에 콘크리트를 새로 치면 의도가 있다고 읽힐 수 있어요.

셋째는 아주 오래된 집에 해당하는 얘기예요. 농지 전용 허가 제도가 생긴 1973년 이전부터 마당이나 집터로 써온 땅은 처음부터 허가 대상이 아니었다고 인정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산 구도심 주변이나 오래된 포구 마을에서 가끔 나와요. 이건 부담금 없이 지목만 고치는 길이라 서산시청이나 태안군청 농지 담당에게 먼저 물어볼 만합니다.

넷째, 진흥지역 안인지 확인하세요. 발표문에서 원상회복 대상으로 콕 집은 게 진흥지역 안 야적장과 야영장이에요. 부석이나 고북의 반듯한 들녘 가운데 자재를 쌓아둔 자리는 이번에 구제받기 어렵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소원면 사장님은 그날 항공사진부터 받아보겠다고 하고 가셨어요. 2011년 사진에 자갈 마당이 하얗게 찍혀 있더랍니다.

내 땅이 어느 쪽인지 헷갈리시면 지번 들고 전화 주세요. 010-2451-9000, 팔봉 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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